달콤한하늘 님께.

달콤한하늘 님,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 때문에 상담소를 찾아주셨네요. 반갑습니다.

십대 초반에 같은 여성에게 이끌리는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레즈비언 정체성을 가진 체 이십대 초반인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1년간 사귄 애인과의 이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오래전부터 님을 좋다고 했던 남성분에게 왠지 마음이 쓰이신다고요.

애인을 사랑하는 마음도 여전한 거 같고
워낙에는 남자들에 관한 좋지 않은 경험이 많아 불신이나 두려움도 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흔들릴 수 있는지 혼란스럽다고 하셨고요.

성정체성이란 타고 태어난다거나 고정불변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체성이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떠한 사람인가’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일컫는 말이고
그 대답은 자신이 놓인 위치나 환경, 시기에 따라 어떤 사건이나 인간관계가 계기가 되어 조금씩 변화되곤 하지요.
사람에 따라 그 변화의 정도도 다 다르긴 하지만 말입니다.

성정체성도 마찬가지랍니다.
한 번 이성애자라고 생각하면 죽을 때까지 이성애자이거나
한 번 동성애자라고 정체화하면 무조건 동성애자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지요.

성정체성을 가지고 혼란을 느끼는 분들의 상담 사례들을 보면,
대체로 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나는 원래 ○○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인 것 같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내가 대체 왜 이러는 것인가?”라는 질문들이 많습니다.
성정체성에 변화가 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지요.

물론 
사회가 이성인 상대와 사랑을 하고 관계를 맺는 것만이 옳고 자연스럽다고 가르쳐왔기 때문에
님의 경우와는 반대로 많은 분들이 ‘동성애자 정체성’을 갖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시긴 하지만 말이에요.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도, 이상한 것도, 부끄럽게 생각할 일도 아니랍니다.
시간이 지나며 성격이 변하듯 성정체성도 여러 가지 이유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타인에 의해 억지로 ‘고쳐질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말이에요.

“나는 뭔가”에 대한 결론을 성급하게 내리기 보다는
일단은 조금만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현재의 내가
“누구에게 호감을 느끼고 이끌리며, 누구와 함께 있을 때가 더욱 행복한가”에 대해
솔직히 답 해보는 시간을 갖으시기를 권해드려요.

누구도 님에게 남자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고
님 자신도 님의 선택에 대해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다는 점, 잊지 마시고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님의 행복이지요.
연애를 하는 것도
상담을 받는 것도
모두 좀 더 행복한 삶을 누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정체성이 변화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나 두려움,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님에게 가장 정직하고 솔직한 선택을 하시길 바랄께요.

힘내세요,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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