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리 님, 상담소입니다.

이아리 님 상담소에서 답변을 드립니다.

상담에 앞서 답변을 오래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담당 상담원이 이아리 님의 상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어요.
내내 불편한 마음으로 지내시다가 망설임 끝에 상담글을 올려주셨을 거라 짐작되어
더욱 죄송한 마음이에요. 이아리 님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이아리 님은 애인 분과 교제를 하면서 애인 분의 성격때문에 여러 가지 불편함을 느껴왔다고 적어 주셨어요.
애인 분은 이아리 님 보다는 애인 자신의 친구를 더 좋아하는 것 같고
이아리 님이 아무리 잘해줘도 잘해주는 줄도 모르는 것 같다고요.
또 그 분은 이아리 님이 실수했던 것은 절대 용서해 주지 않는 데다가
하고 싶은 대로 뭐든지 하려는 성격때문에
님은 언제나 너무너무 서운하면서도 그 분이 걱정된다고 적어 주셨어요.
애인 분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유학을 가려고 하는 것 또한 걱정이 된다고도 하셨어요.

마지막으로 님은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고는 해도 만나면서 이렇게 마음 고생을 많이 할 바에는
차라리 헤어지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친구로 남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하시면서
한편으로는 어떻게 하면 애인 분의 성격을 고칠 수 있을까 물어 오셨어요.

상담원은 두 분이 겪는 갈등의 자세한 사정을 속속 알 수는 없지만
님의 글을 통해서 이아리 님이 얼마나 마음 고생을 하셨을지 짐작할 수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서 교제를 하게 될 때
(특히 초반에) 성격 차이 때문에 하게 되는 고생은 어쩌면 통과의례라고도 합니다.
내가 당연히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사랑하는 사람이 동의해 주지 않을 때의 씁쓸함,
해서 자주 다투게 될 때 느끼는 안타까움, 반복되는 갈등으로 인한 피곤함...

연애가 좋은 감정만으로 이루어진 관계라는 건 환상일 뿐,
사실 연애란 오히려 계속되는 갈등과 다름을 인정하면서 합의해 나가는 성장의 장소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왜냐하면 애인만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정도로 신경 쓰이고 걱정되고 불안하지도 않을 테니까요.
연애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깊이 이해하거나 겪을 수 있는 계기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대방이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답답하고 못마땅하다면
게다가 나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까지 든다면
그때는 두 사람의 감정과 관계를 찬찬히 되돌아 보시기를
그리하여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상처 받지 않는 일인지를 생각해 보시기를 권해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두 분의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것은 님 혼자서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 아닐 거예요.
분명 그 분과의 상호 작용 때문이지요.
이아리 님은 님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 애인 분 때문에 그동안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하셨고
애인 분의 성격을 고쳐서 어떻게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하셨지요.
그렇다면 더더욱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대화하며 두 사람이 함께 고민해야 해요.
어떤 점이 불편했는지 어떤 말을 들었을 때 나의 심정이 어떠했는지
이런 행동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얼마나 걱정이 되는지, 등등.

그리고 상담원은 술을 마시지 않고 이야기를 진득히 오랫동안 나누는 것을 권해 드리고 싶어요.
술을 마시게 되면 욱하는 마음을 쉽게 참지 못하게 되니까요.
서로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인내심을 갖고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이 내 말을 이해하지 못 할 것 같다거나
저 사람은 원래 성격이 저렇기 때문에 당연히 안 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부정적인 전제를 달고 대화에 임해서도 안 되고
이런 것 쯤은 알겠지, 하고 넘어가는 것도 좋지 않다고 해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보아왔던 너에 대한 나의 걱정 등을 풀어 가며
좋아하는 사람만이 나눌 수 있는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통해
감정을 털어갈 수 있기를 권해드립니다.

물론 이 과정이 쉽지만을 않을 테고
한 번에 해결되지도 않을 거예요.

그렇지만 상대방을 두고 혼자서만 생각을 키워간다면
그 생각은 좋은 생각보다는 나쁜 생각 쪽으로만 나아가기 쉬워
상대방의 의중은 상관 없이 본인 마음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해요.
그렇기 때문에 꼭 두 분이 약속을 하고 만나서
대화를 통해 지금까지의 관계와 앞으로의 관계에 대해 상의하시기를 바랍니다.

누군가의 성격을 고쳐나가고 싶다는 마음은
곧 타인이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거나
내 마음이 그 사람에게 닿지 못했기 때문에 드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 분이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듣고 대응할 지
여러 가지 상황들을 많이 상상해 보시고 생각하신 후에
대화에 임해 주세요. 그 편이 훨씬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데에 도움이 될 거예요.

이아리 님의 답답한 마음이 나아지기를 바라며
오늘 상담은 이만 마치겠습니다.

또 고민이 되실 때 언제라도 다시 상담소를 찾아 주셔요.

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