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2011 통계,사례,칼럼 연재] (2) 상담사례1: 동성결합/파트너십

대표 상담사례 1. 동성 결혼 및 파트너십

각색 내담글
 
저희 커플은 미래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있는데요. 조금씩 조금씩 나누어온 대화를 현실로 만들어 가면서 차근차근히 가족을 구성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우선 한국에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파트너와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결혼 이후의 미래를 그리는 대화가 조금씩 현실적이고 구체적이게 되면서 어느덧 저희의 계획이 아이 욕심에까지 닿았습니다.
 
입양하고 싶은 마음은 어릴 적부터 꿈꿔왔었지만 제 애인도 또 저도 저희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그래서 나름대로 인공수정이나 정자공여 같은 시술부터 여러 가지 알아봤지만, 어느 하나 분명한 답이 없어서 조금 더 구체적인 정보를 알고 싶습니다. 제 동생이 남자인데, 남자동생에게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수정을 한다고 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실행 가능한 계획일까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만약 저희가 아이를 낳게 된다고 하더라도 걱정이 되는 점은, 그 아이가 크면서 상처를 받거나 어디 가서 가족에 대해 말도 못하고 자격지심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은 저희의 욕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또, 법적으로 저희의 관계가 보장되지 않고 주변에도 저희가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경제 공동체라는 것을 말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은 재산을 반반 나누어서 각자의 이름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그러한 상황이 참 싫습니다. 법적으로 우리가 함께 하고 있는 것들을 공동 명의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상담글

동성 커플의 임신과 동성 결혼에 대해 문의 주셨네요.
 
동성 결혼 및 파트너십
 
우선 한국에서의 동성 결혼의 상황이 어떠한지에 대해 먼저 말씀드릴게요.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동성결혼이 제도화되어 있지 않습니다.다만 2005년 호주제 폐지안이 통과되면서 호주를 중심으로 한 가족 개념이 삭제되어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차별 해소를 바랄 수는 있게 되었지요.
 
다른 나라들의 경우 동성 결혼에 대하여 새롭게 논의를 시작하고 있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고, 제도적 보장의 범위들은 언제나 조금씩 변화하는 편이에요. 더욱 자세한 해외의 동성 결혼 및 제도적 보장에 대한 정보가 궁금하시다면 위키피디아의 ‘동성 결혼‘ 항목을 참고하시면 가장 최근의 동성 결혼 현황에 대하여 알아보실 수 있답니다.
(http://ko.wikipedia.org/wiki/%EB%8F%99%EC%84%B1_%EA%B2%B0%ED%98%BC)
 
한편 한국에서는 동성 결혼이나 시민결합과 같은 제도적 보장이 전혀 되고 있지 않지만, 여러 성소수자 단체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성소수자들이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답니다. 제도적인 차별이 존재하는 상황에 대한 불편함과 분노를 많은 동성애자 및 성소수자들이 동감하고 있고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사회적 움직임을 만들어나가고 있으니 여러 사람들이 이러한 관심을 잃지 않고 또 변화를 위한 노력에 함께 한다면 조금 더 빠른 시일 내에 국내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공수정을 통한 동성 커플의 자녀 갖기
 
인공수정 등의 방법으로 두 분만의 아이를 갖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실제로 국내에 인공수정을 금지하거나 허용하는 법은 없다고 합니다. 다만, 의학계에서 윤리지침으로 법률상 혼인부부(불임부부)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성애 결혼 제도 안에 있지 않은 사람들은 인공수정을 받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가까운 일본에서 인공수정을 받기도 하고 미국 등에서 인공수정을 받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공수정이 한번에 성공하기 어렵고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경제력이 웬만큼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엄두를 내기 어렵다고 해요. 그리고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을 하고 출산하기까지의 과정도 매우 길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하네요. 분명히 힘이 들 수 있는 과정이지만 인공수정에 대하여 고민을 하고 있는 성소수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랍니다. 함께 고민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어떻게 현실적인 방식으로 인공수정 과정을 밟아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입양을 통한 동성 커플의 자녀 갖기
 
입양에 대해선 아직 생각을 해 보시지는 않은 듯 하지만 입양에 대한 정보도 몇가지 적어볼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성애자의 입양은 공식적인 통로로는 불가능했답니다. 한국 대부분의 입양기관들이 정해놓은 원칙은, 법적으로 혼인관계인 이성애자 부부 중 경제력이 있고 부부관계가 평화로운 경우에만 입양이 가능하다는 것이었기 때문이에요. 동성애자라고 밝히지 않는다고 해도 법적으로 배우자가 없는 미혼 상태일 경우에는 입양이 불가능했던 것이지요.
 
기쁜 소식은 이제 독신자 입양이 가능해졌다는 것이에요. 법률상 입양 양친자의 자격 중 혼인 중일 것이라는 요건이 삭제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독신자 입양 정책이 동성애자 정체성을 배려해서 입안된 사항이 아니기에 동성애자 인권을 고려했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독신자에게 입양이 허용되었다고는 해도 입양을 하는 절차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많은 준비가 필요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연인관계에 있는 분과 법적인 결혼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부분에서 법적인 혜택을 받을 수도 없겠지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신자 입양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동성애자 입장에서는 나름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일 거예요. 동성 파트너와 '함께' 아이를 입양할 수는 없어도 한 사람이 입양하여 함께 키울 수 있는 것이지요. 법적으로 한 가족이 되기는 어렵지만 대안가족이라는 형태로 꾸려나갈 수는 있을 거예요.그리고 실제로도 유사한 가족의 모습을 가지고 살아가는 분들이 있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함께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동성 커플로서 자녀 기르기
 
한편, 아이를 낳아 키운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상처를 받을까봐 걱정된다고 하셨는데요. 커밍아웃을 하건 하지 않건 사회가 강요하는 이성애자 '정상 가족'이 될 수는 없으니 불편함과 분노를 일으키는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동성애자 부모를 둔 자녀 혹은 한 부모 가정의 자녀가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만 생각하지 않으시기를 부탁드려요. 개인과 집단이 그런 편견을 깨뜨리기 위해 삶 속에서 노력하고 있어요. 한편으로, 외국에서는 아이가 동성애자 부모 밑에서 자란다고 해서 심리적, 정서적, 사회적, 성적 측면에서 악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많이 나와 있고요.
 
또, 이미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분들이 있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레즈비언이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결혼을 하지 않고도 아이를 키우며 파트너와 함께하는 분들이 있어요. 파트너와 함께 아이를 키우기 위해 정자를 기증받는 여성분들도 있고 (꼭 레즈비언이 아니더라도) 독신 여성으로서 아이를 입양하는 분들도 있고요. 결혼했던 쪽의 아이를 함께 키우는 레즈비언 커플도 있습니다.
 
덧붙이면, 이성애자 가족이 덜 상처받고 더 행복할 것이라는 것도 일종의 환상에 가깝답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가정폭력과 갈등으로 인해 상처받고 가족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중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성애자 가족의 구성원이기도 하고요.
 
결국 이성애자건 동성애자건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고 그 권리는 가족 형태 때문에 침해 당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원래의 권리였던 것을 온전히 하기 위해 앞으로는 더 많은 요구가 필요하겠지요. 참고로, 한국레즈비언상담소를 비롯한 성소수자 인권운동진영은 다양한 가족 형태를 꾸리며 살아가도 법적인 권리를 누리고 정서적으로 차별받지 않도록 정책 및 인권 운동에 힘쓰고 있어요. 지금 당장 변하지는 않겠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변화를 실천하고 씩씩하게 살아나간다면 지금 이렇게 답답한 이성애자 가족 제도를 깨뜨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대안 가족으로서 경제적 공동체 되기
 
마지막으로 공동명의와 관련되어 문의주신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게요. 두 분이 더불어 일구어가는 삶인만큼 경제권을 공동으로 행사할 최소한의 방법이라도 찾고 싶은 마음이시리라 생각이 되어요. 재산을 반반 나누어 관리하고 계시면서 싫은 느낌을 받고 계시는 점에 대해서도 십분 공감이 되고요. 마음으로는 같은 공간에서 같이 누리고 계신 모든 것들을 공동의 것이라고 여기며 살아가시겠지만 그것이 일정한 제도로 보장되고 격려받지 못하니 그러한 갑갑함이 관계 자체를 주위에 쉽사리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겹쳐져 두 분의 마음을 더욱 씁쓸하게 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두 분이 서로 격려하며 꿋꿋하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문의해 주신 사항에 대해 일단 포괄적인 답변을 먼저 드리면, 두 분이 공유하고 계신 재산을 공동명의로 하는 게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 아니랍니다.
 
시중 대부분의 은행에서 혼인하지 않은 법적 타인간에도 공동명의 통장을 개설할 수 있게 돼 있고요, 전세 임대차계약이나 보증금-월세 임대차계약 시에도 공동명의로 계약을 할 수 있습니다. 주택 소유도 공동 명의로 할 수 있고요. 공동명의 통장 개설은 두 분이 각자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과 도장을 지참하시고 함께 은행 창구를 방문하셔서 소정의 절차를 거쳐 하실 수 있습니다. 두 분이 그간 해 오신 재테크가 있으실 터이니 주거래 은행 중심으로 해서 공동명의로 통장들을 개설하여 같이 책임지고 관리해 나가시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임대차계약과 같은 절차를 거칠 때는 계약시 중개인과 집주인 입회하에 공동명의로 계약함을 명시하는 계약서를 쓰시면 되어요. 이런 경우에는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나중에 보증금이나 전세금을 빼서 이사를 갈 때 공동명의로 계약한 두 분이 각각 애초 계약시 정한 비율대로 집주인에게 따로 돈을 받을 수 있게 처음부터 잘 처리해 두어야 나중에 혹시라도 생길지 모를 다툼(집주인과 두 분의 다툼, 혹은 두 분 간의 다툼)에서 생길 어려움을 예방할 수 있고요.
 
두 분이 커플이라는 것을 실무자들에게 굳이 드러내지 않고 각별한 언니-동생 사이라거나, 서로 도와주며 사는 절친한 친구 사이라고만 드러내도 공동명의 건을 문의하고, 답변을 듣는 데 크게 무리가 없으리라 예상이 되어요.
 
보험은 상속인 지정을 따로 하실 수 있는 방법을 현재 들고 계신 보험이나 앞으로 들게 되실 보험에 대해서 각 보험마다 따로 알아 보시는 게 좋고, 두 분 중 한 분에게 사고가 생길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그럴 경우의 '상속'을 위해서는 자세한 상속사항을 적은 유언장을 '공증' 사무소에서 '공증'을 받아 서류로 만들어 두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