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23일과 30일, 한국레즈비언상담소에서는 ‘여성퀴어, 교제폭력 마주하기’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오늘은 그 중 1강 동성 간 교제폭력과 아웃팅 매개 범죄 피해 대처방안에 대한 무하와 루니의 후기를 전합니다.
🫧무하
안녕하세요, 무하입니다.
올해 가을학기, L상담소 사무국은 여성 퀴어가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교제폭력을 주제로 법률특강을 기획했습니다. 1강은 진청아 변호사님이 진행해 주셨고, 참여자들과 함께 우리에게 필요한 안전과 권리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 교제폭력 이해하기
최근 ‘데이트폭력’ 대신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폭력을 포괄하는 ‘교제폭력’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교제폭력은 신체적·성적 폭력뿐 아니라 정서적 통제, 경제적 착취, 이별 후 지속되는 괴롭힘, 아웃팅 위협 등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최근 5년간 교제폭력은 증가 추세이며, 피해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신고 후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때문에 신고를 주저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특히 성소수자 피해자의 경우, 관계가 드러날까 하는 두려움때문에 대응이 더욱 어려워지는 특수한 문제가 존재합니다.
2. 동성 간 교제폭력의 법적 대응
현행법상 ‘교제폭력’ 자체를 처벌하는 특별법은 없기 때문에, 현재는 폭행·협박·상해·명예훼손, 스토킹처벌법, 성폭력처벌법 등의 특례법을 적용하여 대응하게 됩니다.
아웃팅을 악용한 범죄 역시 실제 사례가 많으며, 촬영물 협박, 금전 갈취, 가족에 의한 아웃팅 위협, 아웃팅을 수단으로 한 성폭력 등의 유형이 존재합니다.
3. 피해자 보호 제도
차별 금지: 수사 과정에서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 금지
비실명 처리: 재판기록 등은 제3자가 알아볼 수 없도록 익명화
수사관 교체 신청 가능: 아웃팅 우려나 차별적 발언이 있을 경우 공식적으로 변경 요청 가능
변호사님께서는 신고 단계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대응 팁들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셨고, 참여자들이 갖고 있던 현실적인 고민을 상당 부분 해소해 주셨습니다.
4. 변호사님이 강조한 ‘피해 대처 실전 가이드’
1) 언제나 증거를 “잘” 확보하자!
2) 신고, 고소하자!
3) 피해자 조사를 받자! (신뢰관계인 동석활용)
4) 경찰>검찰>재판단계에서 피해자의 권리를 주장하자!
5) 필요하다면 민사상 가처분, 소송도 고려하자!
5. 소감
여성 퀴어 사이의 관계에서도 친밀함과 폭력이 공존하는 순간들을 자주 목격합니다.
문제를 겪고 있는 친구가 말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 상황을 알 수 없지만, 서로 나누기 시작할 때 비로소 폭력으로 이어지기 전의 안전한 선택지를 함께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가는 ‘벽장’ 퀴어일수록 이러한 폭력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단 한 명이라도 믿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큰 힘이 됩니다. 그리고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해도,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는 점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특강이 우리 모두가 더 안전한 관계, 더 건강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루니
지난 11월 25일은 여성폭력 추방의 날로 유엔이 지정한 공식 기념일이자, 폭력의 근절과 인권 보장을 전 세계적으로 촉구하는 날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각종 매체와 단체에서 성폭력을 비롯한 각종 친밀한 관계 내에서의 폭력에 대한 언급을 하여 국제적으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움직임들이 있었습니다.
마침 한국레즈비언상담소에서 진행된 2025 가을학교 법률특강은 사무국 활동가로서의 저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진변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 나는 활동가로서 회원들에게,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 라는 생각을 하며 참여하였습니다.
친밀한 관계 내에서는 교제폭력이라는 것을 피해자가 스스로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이를 인지한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너그러운 마음으로 가해자를 용서해버리기 쉽습니다. 특히 동성 간의 친밀한 관계는 벽장 성소수자라는 어려움까지 더해져 신고는 커녕 피해 사실을 인지한다 하더라도 이에 대해 대처라는 것을 하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진변님께서는 1강에서 이와 관련하여 ‘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 형법 제 260조 일부 )’ 등 다양한 법률적 지식을 전해주셨습니다.
이러한 자료들은 실제로 써먹을 일이 없다고 할지라도, 위기가 닥쳐왔을 때 내가 피해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강의에서 배울 수 있었던 다양한 법적 절차들은 먼 훗날 언제라도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안전장치라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든든해졌습니다.
게다가 여러 피해 상황에서 적용 가능한 법 조항 뿐만 아니라 ‘ 스토킹 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와 같은 법률적 용어 뜻까지 알려주시니 ‘ 내가 피해를 당하고 있는게 맞는걸까? ’ 라는 고민 혹은 ‘ 내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걸까? ’ 라는 혼란이 생길 때 진변님의 강의 때 들었던 내용들이 무척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꽤 오랫동안 벽장으로 살아왔고, 가스라이팅의 피해를 연쇄적으로 겪으면서 고립된 생활을 꽤 긴 시간동안 하였는데요. 과거의 저처럼 누군가와 소통하는 일이 힘든 상황에 놓여있는 여성 성소수자라면 한국레즈비언상담소에서 이런 강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의 상황을 돌아보고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매우 의미있는 강의였고, 아웃팅 협박의 전형적 패턴이라든지 이와 관련 적용 가능한 법률에 대해서는 저를 비롯한 이번 강의 참석자들만 알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변호사님께 한 번의 강의로 끝내기 너무 아쉬우니 강의를 앞으로 더 해주시면 좋겠다는 바램도 내비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