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사포의 서재> 스태프로 활동하시고, 첫 번째 낭독의 밤에서 낭독과 어울리는 음악 연출을 맡아주신 마셀린님의 참여 후기를 전해드립니다.
5월 23일 저녁, 드디어 첫 번째 ‘낭독의 밤’이 열렸습니다. 사포의 서재에서 준비한 올해 ‘낭독의 밤’ ‘영상의 밤’ 행사는 다양한 문학과 영상 작품 속에서 우리의 존재 찾기에 큰 의미가 있는 만큼, 작품 선정에도 스태프들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후보에 오른 작품만 수십여 편… 그 많은 작품들을 스태프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누어 보고, 다시 모여 논의하고, 행사 준비에서 각자 역할은 어떻게 분담하고, 어떻게 알리고 어떤 형식으로 진행할지까지, 스태프 모두가 많은 시간과 품을 들여가며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낭독의 밤’은 그렇게 준비한 자리의 시작이기도 했기에 기대와 설렘도 컸고, 긴장도 많이 됐습니다. 아마 그 자리에 모인 모두가 비슷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날, 초여름 주말 저녁이라는 귀한 시간을 기꺼이 비우고 자리를 채우러 한 분 한 분 모여들던 반가운 기운이 참 귀중하게 남았습니다.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는 천천히 울려퍼졌고, 모두가 경청하는 침묵의 시간 자체가 ‘우리’라는 존재를 감각하게 했던 것도 같습니다.
소설의 한 문장이기도 한데요. 황정은 작가는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에서 롤랑 바르트의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인용했습니다. “산다는 것은 (…) 우리보다 먼저 존재했던 문장들로부터 삶의 형태들을 받는 것”이라고요. 낭독회라는 거대한 인용으로,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는 자리에 함께했던 모든 분들의 안녕을 언제나 기원합니다.
앞으로도 세 번의 ‘낭독의 밤’ ‘영상의 밤’ 자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함께해주세요. 우리가 존재하고 또한 안녕하다는 것을, 그렇게 확인하며 지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