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한국레즈비언상담소에서 여성 성소수자를 위한 마음치유 프로젝트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1부 ‘서로의 지지자 되기’ 를 진행하였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해주신 쑤블님의 생생한 후기를 전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1부에 참여했던 쑤블 입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후덥지근 했던 여름에 시작해, 코로나19의 위기를 맞이하고 완연한 가을을 만나기까지, 6번의 만남을 통해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1부를 마치게 되었네요. 제주도에 여행을 다녀오던 날 우연히 sns를 통해 한국레즈비언상담소의 홍보를 보게 된 순간을 기억합니다. 정체화 이후 오랜 벽장 생활을 끝내고 가장 ‘나다운’ 연애를 하며 레즈비언으로서의 내 삶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시작한 시기였고, 그 쯤 저는 ‘세상에 많은 여성 성소수자들이 있을텐데, 다들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해지던 무렵이었어요. 나와 나의 애인 외에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고, 그 만남의 장이 절실했던 무렵 L상담소의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던 것 입니다. 그렇게 저는 망설임 없이 프로그램 신청서를 작성해서 제출했지만, 막상 당일이 다가오니 고민이 되기도 했습니다. 낯선 사람들 앞에 제 자신을 드러내는 것도, 타인을 마주하는 일도 큰 에너지가 드는 일이니까요. 그럼에도 만남이 절실했던 마음을 부여잡고 첫 회기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리고 긴 설명이 필요없이, 아마 지금 읽고 계신 모든 분들이 이미 예상하셨다시피, 이 후기의 결론은 ‘참여하길 잘 했다!’로 끝맺긴 할거에요. 한편 ‘그래서 너는 뭐가 좋았는데?’ 라고 묻는다면 셀 수 없는 많은 이유들 중에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마련되었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성 성소수자들이 안전하고 온전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서로의 ‘눈동자를’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지요. 내가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삶을 나누고,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어서 좋았습니다. 사실 프로그램의 내용도 모두 다 이 후기에 적어낼 수 없을 만큼 질적으로 훌륭하였지만, 그 무엇보다도 우리가 만날 수 있었고, 말을 하고 말을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 정말 소중했어요. 다른 존재를 벼랑 끝으로 몰아내는 세상에서, 그럼에도 우리는 꿋꿋하고 단단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공간과 시간을 마련해준 한국레즈비언상담소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이들은 또 각자의 공간에서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리라 믿고, ‘가끔씩 자주’ 만나서 서로를 마주하고 지지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마련되길 바라며 후기를 마무리 짓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