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 우리를 가르치지 않는 교육에 반대한다: 서울시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우는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매뉴얼을 즉각 철회하라
지난 6월 12일, 서울시는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매뉴얼 제작 TF 회의 결과를 통해 성교육 현장에서 ‘성소수자’ 용어를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로 대체하고, ‘포괄적 성교육’과 ‘섹슈얼리티’ 항목을 삭제하는 지침을 발표하였다. 또한 ‘연애’를 ‘이성교제’로 바꾸는 등, 청소년들의 다양한 성적 지향과 정체성, 관계 경험을 축소·왜곡하는 방향으로 내용을 수정하였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이번 매뉴얼이 국내외 성교육의 인권적 흐름에 명백히 역행할 뿐 아니라,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지우고 고립시키려는 차별적 정책임을 강력히 규탄한다.
우리는 여성 성소수자로서, 또 퀴어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이러한 지침이 곧 우리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임을 분명히 말한다. ‘이성교제’라는 말로는 우리의 관계와 욕망, 삶의 방식이 담기지 않는다. ‘성소수자’를 가르치지 않는 교육은 곧 우리를 가르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서울시는 지금, 청소년들에게서 우리를 삭제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미 포괄적 성교육을 권고하며, 성적 다양성과 성소수자 청소년의 권리를 존중하는 교육이 필수적임을 명확히 해왔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을 포함한 연령 적합한 성교육의 제공을 대한민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러한 포괄적 성교육을 기반으로 하는 청소년성문화센터의 교육을 지속적으로 검열하려 시도해왔으며, ‘아이들에게 동성애를 가르치지 말라’는 혐오적 민원을 수용하고, 성엄숙주의를 주장하는 일부 종교 세력이 양육자들의 불안을 이용해 혐오를 조장하도록 하는 데 일조해왔다.
이러한 검열은 성소수자 존재 지우기의 심각한 사례이며, 성교육을 은폐하고 방기했던 과거의 행태를 반복하는 시대착오적 시도다. 청소년을 향한 폭력과 무분별한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서울시는 청소년들에게 스스로를 보호할 언어도, 지식도, 관계도 가르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학교, 가정, 지역사회에서 차별과 혐오, 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다. 공적 교육기관인 청소년성문화센터가 이들의 존재를 비가시화한다면 그 고립과 위험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단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의 감각과 언어로 세상을 다시 만들고 있는 주체들이다. 그들을 가르치지 않는 교육은, 결국 이 사회의 다양성과 존엄을 부정하는 교육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서울시는 성소수자 지우기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2. 성소수자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청소년의 권리를 명확히 보장하는 운영 매뉴얼을 재작성하라.
3. 관련 정책 수립 시 성평등 및 인권 전문가, 현장 활동가, 청소년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라.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여성 성소수자의 현실과 목소리를 지워내는 그 어떤 시도에도 단호히 맞설 것이다. 우리는 성소수자 청소년들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며, 더 많은 지지와 연대의 목소리를 모아낼 것이다.
2025년 6월 24일
한국레즈비언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