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23일 밤, 메가박스 신촌에서 열린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샐리!>(sally) 영화모임이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습니다. 🎬🌙
요다, 채원, 쿠님께서 전해주신 생생한 영화 후기! 아래에서 전문을 함께 만나보실까요? 💬👇

돌아와 샐리 – 요다 ✨
영화 ‘하비 밀크’에서 샐리의 역할이 완전히 지워졌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레즈비언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결국 역사에서 지워진 현실을 보고 화도 나고 너무 안타까웠다. 한때 품었던 이상적인 유토피아의 꿈이 실현되었던 역사를 볼 수 있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끝이 아쉽고 슬펐다. 정답 없는 과제를 다시 마주한 듯 뒤숭숭한 기분이 들었지만, 좋은 영화였다. 영화 올란도는 관객이 가득했는데 영화 샐리는 관객이 생각보다 적어 아쉬움이 컸다.
사포의 후예들 – 채원 🎶
영화의 모든 흑백-컬러, 사진-영상 자료들이 아름다웠다. 편집의 속도가 빠르고 재치 넘쳐서 마치 뮤직비디오 같았다. 특히 신나는 레즈비언쏭에 맞춰 오토바이를 탄 멋진 언니들이 부와앙하고 지나가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인터뷰에서 샐리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이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눈빛이 반짝거렸다. 마치 어제 일처럼 풀어내는 듯한 생생한 일화도 인상깊었다. 젊은 모습의 그들은 ‘우리가 함께라면 다 이뤄낼 수 있다’고 믿는 듯,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그 공간에 샐리만 남았다. 매우 건강해 보이던 그녀가 치매라는 사실에 놀랐고, 홀로 그곳을 지키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혈연이 아닌 공동체의 삶과 공동의 돌봄은 실현 불가능한 것일까?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샐리의 부고 내용이 지나갔고, 크레딧과 함께 그 레즈비언쏭이 다시 흘러나왔다. 공동체의 한계와 인생의 덧없음에 대한 먹먹한 마음이 밀려왔다.
모두가 함께 열심히 만든 나무집에 ‘사포의 후예들’이라는 팻말을 걸어놓은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영화를 ‘사포의 서재’ 멤버들과 함께 보았기에 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다.
샐리 기어하트 – 쿠 🍀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일대기를 이 다큐처럼 남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면에서 샐리 기어하트는 축복받은 인물이며, 꼭 기억되어야 할 인물이기도 하다.
위인은 타고 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샐리라고 날 때부터 타고난 활동가였으랴. 샐리 역시 아웃팅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새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힐을 신어야만 했던 시절이 있다.
어린 나이에 박사학위를 받을 만큼 뛰어난 지성을 가졌지만, 샐리가 역사적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리더로 성장한 데에는 지역, 동료이자 친구들, 여자친구와의 만남이 크게 기여했다. 캘리포니아로 이주하며 수많은 게이, 레즈비언을 만나고 당당하게 투쟁하는 동료를 만나며 인생의 전환점이 시작되었으니.
샐리 기어하트는 뜨겁고 당당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설가이자 활동가로 성장했다. 동성애자가 교사가 되는 것을 금지하는 캘리포니아 6호 법안이 발의되자, 치열한 찬반토론의 최전선에서 샐리는 하비 밀크와 함께 싸웠으며, 특히 기독교적 반동성애 주장에 대한 반론을 압도적으로 이끌었다. 결국 주민 투표를 통해 해당 법안의 부결을 성공시킨 장본인이 되었다.
영화 <밀크>는 그런 그녀를 철저히 지우고 게이 남성 의원인 하비 밀크만 남겼다(분노). <샐리!>는 생생한 다큐의 숨결을 불어 넣어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활동가이자 교수, 작가인 샐리를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극영화가 아니라 다큐라는 형식에 감동이 배가 됐다. 더 많은 사람들이 샐리를 기억하기를-!
상담소의 영화모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집니다!
앞으로도 자주 만나 즐거운 시간 함께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