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12.10 가자! 평등으로 집회 루니 발언

안녕하십니까. 저는 윤석열 탄핵 집회에서 응원봉과 무지개 깃발을 들고 참여했고, 현재는 한국레즈비언상담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루니입니다.

올해 5월 받은 대통령 선거 공보물 속 광장의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서있던 그날의 광장에는 응원봉과 무지개 깃발이 함께 있었지만, 공보물에서는 응원봉만 남고 무지개는 지워져 있었습니다.

저에게 응원봉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중요한 순간에 빛을 들겠다는 의지의 상징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빛이 누구를 향해야 하는지 늘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응원봉과 무지개를 함께 든 이유는 그것이 제 정체성과 삶을 구성하는 요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치의 장에서는 이러한 정체성이 종종 분리되고, 때로는 존재조차 지워집니다.

이 지워짐은 우연이 아닙니다. 여성과 성소수자의 존재를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만드는 것은 오래된 차별의 방식입니다. 공보물에서 무지개가 빠진 것은 단순한 편집이 아니라, 특정 시민을 정치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읽혔습니다.

현 정부는 여성과 성소수자의 존재를 계속 주변화하고 있습니다. 필요할 때는 응원봉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면서, 성소수자의 삶과 목소리는 배제합니다. 이 모순적인 현실은 저에게 더는 숨지 말라는 경고이자, 우리가 지워질 존재가 아니라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지운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지워질수록 더 분명한 흔적을 남길 것입니다.

다양성이 존중받고 누구도 성소수자라는 이유 때문에 지워지지 않는 사회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는 지워져도 되는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는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 빛을 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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