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11.22 트랜스젠더추모의날 집회 소연 발언

안녕하세요. 한국레즈비언상담소의 소연입니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에 저의 발언을 여러분과 나눌 수 있어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오늘은 지금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의 공동체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기억과 애도를 통해 우리 모두 함께 다시 묻게 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반젠더 운동은 더욱 조직적이고 공격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왜곡된 정보와 가짜뉴스, 혐오 담론이 순식간에 퍼져나가고, 겉보기에는 ‘논쟁’처럼 포장되지만 사실상 집단적 괴롭힘과 폭력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트랜스젠더와 젠더퀴어를 겨냥한 악의적 루머, 배제의 언어, 허위 정보 유포가 점점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특정 집단만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 모두의 존엄과 안전을 흔드는 구조적 폭력입니다.

활동가이자 여성 퀴어 당사자로서 저는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트랜스젠더와 젠더퀴어는 이미 오랫동안 여성 퀴어 공동체의 일원이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이 아니라, 이미 오랫동안 함께 숨 쉬고, 함께 싸워왔고, 함께 관계를 만들어온 존재들입니다.

누군가의 존재와 정체성을 검열하거나, 경계짓고 구획하는 시도는 우리 공동체를 더 안전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오히려 우리 모두를 더 취약하게 만들고, 혐오와 폭력의 논리를 내부에 들여오는 결과를 낳습니다.

저는 배제와 경계짓기가 아닌 포용과 우정, 신뢰를 중심에 두고, 누구의 정체성도 ‘증명’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누구의 존재도 ‘문제’로 다뤄지지 않는 공간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공동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런 공간이야말로 진정으로 우리 모두에게 안전하며 우리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서로의 곁을 지키며 쌓아온 우정과 신뢰, 그리고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앞으로의 공동체를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라 믿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친구가 됩시다. 서로의 삶과 안녕을 돌보며, 함께 슬픔과 괴로움을 나누고 즐거움과 기쁨을 만들어갑시다. 

오늘 이 자리에서 확인한 우리의 우정과 연대가 더 멀리, 더 깊이, 더 넓게 확장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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