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9월 23일 ‘바이가시화의 날’을 맞아 사무실에서 작은 집담회를 열었습니다. 사회자 소연과 두 명의 참석자, 두두 미니가 둥글게 앉아 차를 마시며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웃고 떠들다 보니, 정작 글로 어떻게 옮길지 막막하기도 했는데요. 집담회 기록을 최대한 생생하게 담아보려는 욕심이 글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하하. 회원 여러분께서도 공감할 만한 부분이 많을 거라 생각이 드는데요. 바이섹슈얼 가시화의 날을 함께 축하하며, 즐겁게 읽어주세요!
Q1.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소연: 저부터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상담소 상근 활동가이고, 바이 당사자성을 잃어버려 레즈비언이 된… (웃음) 제가 2018년도에 바이 플래그 타투도 했거든요. (타투 보여줌) 그 당시에는 바이라고 정체화했는데 지금은 당사자성을 잃어버려서 레즈비언인 것 같아, 이러고 다니고 있습니다.

[사진 1. 소연의 바이플래그 타투]
두두: 저는 두두이고, 사무국 활동가입니다. 바이라고 정체화를 제일 크게 하고 있지만 팬섹슈얼로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 부분이 큽니다. 하지만 바이가시화의 날? 놓칠 수 없지! 상담소에 잠자고 있는 바이들을 깨우자. 이런 마음으로 소연에게 제안해서 오늘 집담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미니: 저는 신입회원 미니입니다.
소연: 어떻게 집담회에 신청하게 되셨나요?
미니: 사실 바이 가시화가 정말 덜 된 것 같아요. 내가 정말 퀴어라고 얘기할 수 있나,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고. ‘바이 가시화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나왔습니다.
Q2. 모두들 상담소에는 어떻게 가입하게 되셨나요?
미니: 저는 최근, 8월 말쯤 가입했던 것 같아요. 당시 전 애인과 헤어졌을 때였는데, 그분이 퀴어나 인권 문제, 사회 문제에 무관심한 사람이었어요. 그 부분이 저랑은 좀 안 맞았고요. 헤어지고 나서 〈여자 사람 친구〉라는 책을 읽고, ‘나도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찾아본 단체들 중 상담소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 같아, 결국 여기로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두두: 혹시 단체 이름에 ‘레즈비언’이 들어가서 좀 머뭇거리진 않으셨어요?
미니: 저는 오히려 그게 좋았는데요. ‘퀴어’나 ‘성소수자’가 아니라 ‘레즈비언’이 대놓고 들어가 있어서, 이곳이 여성 퀴어들이 모이는 집단이구나, 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두두: 저는 사실 가입할 때 가입 신청서에 ‘저는 레즈비언이 아니라 바이인데, 가입해도 되나요?’라고 적었거든요. (*참고: 두두는 23년 초에 가입했습니다!) 당시 활동가분께서 당연히 가능하다고 하셨어요. 막상 상담소에 가입해서 지금은 사무국 활동가로 활동하다 보니, 상담소는 레즈비언만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성소수자 모두를 위한 곳이더라고요. 자기 자신이 여성 성소수자라고 정의하는 사람은 누구나 속할 수 있는 곳이고, ‘레즈비언’이라는 말이 그렇게 포용적일 수 있구나,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Q3. 여러분은 어떻게 처음 퀴어 혹은 바이섹슈얼로 정체화하셨나요?
두두: 저는 제가 원래 뼈헤녀(*뼛속까지 헤테로 여성)인 줄 알았어요. (소연: 아, 정말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제 옆자리 짝꿍을 보다가, 그 여자애가 열심히 공부하는 걸 보면서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이 든 거예요. 그때 처음으로 ‘내가 바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나, 사실 여자도 가능할지도? (웃음) 그런데 저는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받아들이지 않는 스타일이라서, 가능성은 열어 두었지만 바이라고 정체화하는 데는 뭔가 ‘자격’ 같은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나중에 처음으로 여자친구를 사귀고 나서도 한 달쯤 지나기 전까지는 스스로 바이라고 정체화하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심지어 데이팅 어플에서 만난 사이였는데도요. 뭔가 정체화를 하려면 더 큰 뭔가, 자격 같은 것, 증명해야 하는 게 있다고 생각했나 봐요.
미니: 저는 집안 분위기가 엄해서 처음엔 퀴어 혐오적인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대학에서 퀴어 프렌들리한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거기서 만난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아 퀴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자들에게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 무렵 친해진 언니가 바이로 정체화를 하고 여자친구도 사귀고 있었는데, 저는 처음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어요. 그런데 점점 저도 여자에게 끌리게 되더라고요. 이 얘기를 그 언니한테 했더니 “너 한번 여자 만나봐”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거의 전도하듯이요. 그래서 ‘좀 생각을 해볼까’ 하고 나중에 남자친구를 사귀었는데, 너무 싫은 거예요. 그 사람은 여성 인권이나 퀴어 문제를 전혀 받아들이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성별에서부터 차이가 이렇게 크구나, 세상이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걸 느꼈고, 그때부터는 여자친구만 만났던 것 같아요.
두두: 너무 공감돼요. 근데 이게 바이들의 특징인 것 같아요. 사실 성별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스스로 ‘팬섹슈얼인가?’ 생각하기도 하지만, 어쨌 저는 ‘그 사람이 좋은 게 먼저’인 것 같아요.
Q4. 바이로서 경험한 편견이나 혐오가 있나요?
두두: 바이라고 하면 꼭 “네가 왜 바이야?” 하고 따지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나의 성적 지향이 내가 누구랑 사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느낌이랄까요. 남자랑 사귀면 이성애자처럼 보이고, 여자랑 사귀면 레즈비언처럼 보이는 거죠. 사실 남들 보기에도 그렇고, 스스로도 그런 생각을 종종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일종의 내면화된 바이 혐오인데, 저 사람 바이라더니 남자랑 결혼했네? 바이의 삶을 살고 있지 않은데? 하고 재단하게 되는 거예요. 다른 어떤 성적 지향보다도 바이에게 특히 그런 시선이 많은 것 같아요.
미니: 저는 부모님께 커밍아웃하고 나서, 엄마한테 이런 말을 들었어요. “너는 남자 좋아해. 어릴 때부터 남자 좋아했어. 너는 아니야.” 그런데 저도 그 말에 흔들리더라고요. 나, 남자를 좋아해야 하나? 그런데도 저는 여자가 좋은데. 결국 제 안에 고집처럼 남아 있었던 거죠.
두두: 듣고 보니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엄마에게 처음 커밍아웃했을 때, “넌 남자만 만났는데 어떻게 여자를 만나?”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미니: 저도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전 애인이 ‘완전 레즈비언’이었는데, 그분은 여자만 만나고 여자만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저한테는 늘 “너는 결국 남자 만나서 결혼할 거다”라고 말했어요.
두두: 사귀는 사이에?
미니: 네. 그런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만 좀 해”라며 싸운 적도 있었고요. 되게 자주 다퉜던 것 같아요. 아마 그 사람이 불안했기 때문이겠죠. 저는 남자를 만날 수도 있겠지만, 사회가 남녀 결혼을 훨씬 더 잘 받아들이니까 결국 제가 거기에 굴복할 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요.
Q5. 바이의 연애와 결혼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어주세요.
두두: 이전 연애 때 저도 바이, 전 애인도 바이였는데, 제 내면 속에 “애인은 언젠가 남자랑 사귀고 결혼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늘 있었어요. 이성애·결혼 중심 사회에서 그 친구가 많이 힘들어했거든요.
소연: 그게 왜 불안한 것 같아요? 사실 “바이는 결국 남자랑 사귀고 결혼할 거다”라는 생각이 일종의 배신처럼 느껴지는 거잖아요.
두두: 사실 저는 배신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대신 취약함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결혼 제도와 이성애 중심 사회 구조 속에서 제 애인이 더 취약한 위치에 있다고 느꼈거든요. 저는 그래도 퀴어 커뮤니티에 속해 있고, 이 바운더리 안에서 스스로 “나는 바이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애인은 그렇지 못한 환경에 있었으니까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결국 그런 삶을 살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미니: 맞아요. 사회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게 정말 느껴져요. 저도 제 안에 바이 혐오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까 말했던 언니가 지금은 남자를 3년째 만나고 있거든요. 예전에는 남자를 엄청 혐오하고, 저한테도 “왜 여자를 안 만나냐, 도대체 왜 남자를 만나냐”고 말하던 사람이었는데, 지금 남자를 만나고 있으니까 좀 배신감이 들더라고요. (웃음) 또 대학 다닐 때 사귀었던 친구 중 한 명은 오래된 여자친구가 있었고, SNS에도 애정 표현을 많이 올리던 사람이었는데, 나중에 남자랑 결혼한다고 올린 글을 보고 “구조적으로 굴복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연: 두 분은 바이로 정체화 한 다음에 남성인 애인을 사귄 적이 있어요?
미니: 아까 말했던 것처럼 바이로 정체화한 뒤에 남자를 한 번 만나봤는데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여자만 만났어요.
소연: 그러면, 앞으로 남자와 연애를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두두: 저 예전에 혼인평등 인터뷰를 했을 때는 “못 만난다”고 했었거든요. 당시엔 여자 애인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헤어진 상태라 다시 생각해보면, 아마 가능성 정도는 열어 둘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치관이나 생각이 잘 맞는다면요. 저한테는 성별보다 그 사람이 가진 가치관이 더 중요하거든요.
미니: 저는 연애는 해도 결혼은 못할 것 같아요.
소연: 왜요?
두두: 결혼 제도에 굴복하고 싶지 않아서?
미니: 그런 건 아닌데, 저는 성별 차이에서 오는 간극이 너무 크다고 느껴요. 아무리 페미니스트 남성이라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음 … 평생 안고 가고 싶지 않다고 해야 할까.
소연: 약간 이해했어요. 잠깐 즐길 수는 있지만 평생 같이 살 수는 없다. (일동 웃음)
미니: 좀 그런 느낌. (웃음)
소연: 그럼 여자랑은 결혼할 수 있을 것 같나요?
미니: 할 수 있다면요.
두두: 법적으로 여자랑 결혼할 수 있다면 결혼을 선택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너무 정치적인 욕망이긴 한데. (웃음)
소연: 저희 그럼 이렇게 해요. 향후 3년 안에 민법 개정이 돼서 동성결혼이 가능해지면, 이 조합으로 다시 모여서 여자랑 결혼하고 싶은지 얘기해보는 걸로. (일동 웃음) 3년 전과 생각이 바뀌었는지.
두두: 근데 막상 선택지가 생기면 안 하고 싶을 수도 있어요. 별로 안 간절한데? (웃음) 지금은 선택지가 없으니까 더 하고 싶어지는 걸 수도 있죠.
Q6. 여성이자 바이로서,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스스로 검열한 경험이 있나요?
소연: 저는 그것도 궁금했어요. 혹시 ‘나 사실 그냥 헤테로가 아닌가?’, 아니면 ‘내가 페미니스트라서 여자를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같은 경험이 있는지요. 왜냐면 저는 좀 있거든요.
두두: 진짜 공감돼요. 제가 한창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했을 때 남자만 사귀고, 여자를 사귀어 본 적이 없던 상태에서 ‘내가 너무 페미니스트라서 여자를 만나려고 하는 건가? 나는 사실 헤테로인가?’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죠.
미니: 저는 여자친구가 있었을 때는 그런 생각을 안 했거든요. 그런데 헤어지고 나서 남자에게 눈길이 갈 때 ‘사실 나는 헤테로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두두: 여자한테도 눈길이 가는데도요?
미니: 네. 맞아요.
소연: 사실 굉장히 공평하게 (웃음) 남자도 좋아하고 여자도 좋아하는데도.
두두: 그런 마음이 있는 거 같아요. 남자를 좋아하는 마음은 좀 죄책감이 드는. 남자에게도 끌리는 게 바이의 심정인데.
소연: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케이팝을 좋아했거든요. 저는 종종 제가 남자 아이돌엔 진심이고, 여자 아이돌은 너무 조금만 사랑하는 거 같은 마음이 들 때가 있었어요.
두두: 에스파를 그렇게 사랑하시면서요?
소연: 저 에스파 별로 안 좋아하는데.
두두: 혹시 이것도 검열인가요?
소연: 나중에 따로 얘기하죠. (웃음) 하여튼 몇 년 전에 블랙핑크도 좋아하고 NCT도 좋아할 때가 있었는데, 블랙핑크는 순수하게 좋기만 한 게 아닌 거예요. 뭔가 더 열심히 좋아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고, 그런 검열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또 친구들이 “너는 로제를 정말 사랑한다”고 하니까, 로제가 제 최애였거든요. 그러면 ‘그런가 보다’ 하고, 그러다가 또 검열하게 되고. 그런 사이클이 있었어요.
두두: 정말 늘 검증해야 하는 느낌이 있죠. 내가 진심을 보여줘야만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고. 사실 여자들이 남자를 좋아하는 건 너무 쉽게 받아들여지는데, 여자를 좋아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잖아요. 이성애적 콘텐츠와 사회 제도 속에서 여자를 좋아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 쉽지 않음을 뚫고 ‘내가 여자를 좋아한다’고 깨닫는 것 자체가 이미 저항이고 투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거기서 더 증명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죠.
소연: 가정을 해보면, 사실 여자와 남자를 50 대 50으로 좋아하는 아주 공평한 바이라고 해도 (웃음) 남자는 1만 좋아해도 모두가 “너는 남자를 좋아한다”고 인정해요. 나도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요. 그런데 여자를 1만 좋아하는 건 사랑으로 인정되지 않아요. 적어도 50은 좋아해야 사랑이고, 100까지 증명해야 “너 정말 여자를 사랑하는구나” 하고 인정받는 것 같아요. 스스로도 ‘이게 사랑이구나’ 하고 납득이 되고요.
두두: 근데 또 다시 돌아가고.
미니: 고무줄처럼 늘렸다가 줄었다가.
두두: 바이의 딜레마 같아요.
소연: 여성 바이들의 특징인 것 같기도 해요.
두두: 여성 퀴어 커뮤니티는 안전에 대한 위협이 있으니까요. 그 안에서 더 배제하고, 검증하고, 검열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이게 여성들의 취약성과 연결되는 것 같아요. (다들 공감)
Q7. 많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계속해서 바이라고 정체화 하는 이유가 있다면?
두두: 바이니까. 써주세요. 바이니까. (웃음)

[사진 2. 두두는 광장 시민 인터뷰 기사 직업란에 ‘바이섹슈얼’이라고 적힌 적이 있다.]
미니: 저는 정체성 고민할 때 위로가 됐던 게, 정체성은 절대적인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바뀔 수 있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지금의 정체성이 고정된 게 아니라 흐르면서 변할 수도 있다는 거죠. 내가 바이일 때도 있었을 수 있고, 지금은 팬일 수도 있고.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게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두두: 맞아요. 그런데 정체성의 유동성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정체성을 갖는다는 건 되게 고정적이고 진심이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그래서 이성애자가 되는 건 너무 쉬운데, 다른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을 가지는 건 훨씬 어렵게 여겨지는 것 같아요.
소연: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인데요. 바이가시화의날을 맞아 바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미니: 바이들이 스스로를 검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요즘 저도 많이 생각하는데, 주변에서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저도 결혼해야 하나, 나는 그냥 헤테로인가, 아니면 바인가… 이런 고민을 치열하게 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그런 고민을 덜 하고 그냥 스스로를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나는 이렇구나 하고, 그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겠어요.
두두: 레즈비언 커뮤니티 안에도 바이가 있다. 돌이켜보면, 상담소에 처음 와서 자기소개를 할 때 이전에는 “저는 바이인데요” 하고 말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 남자친구를 사귄 경험을 말하면서도 마치 커밍아웃해야 할 것 같았달까. 그런데 지금은 이 커뮤니티 안에도 바이인 사람들이 있고, 서로 존재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잖아요. 그걸 알게 되면 좋겠어요. 바이 프라이드를 가지자! (웃음)
Q8. 마지막으로, 오늘 집담회 소감을 들려주세요.
미니: 사실 제가 오늘 여기 나온 건 다른 바이를 만나고 싶어서였어요. 요즘 제 주변에 결혼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결혼에 대한 생각을 되게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다른 바이들은 이런 사회적 규범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고 싶었는데, 오늘 대화를 통해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요.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소연: 상담소에 잘 오셨습니다. (웃음)
두두: 저는 바이끼리 공감할 수 있는 대화를 많이 해서 좋았어요. ‘우리끼리’만 나눌 수 있는 솔직한 이야기, 통쾌한 감정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마음껏 꺼낼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나가며
바이가시화의날 기념 회원 집담회 기록 어떻게 읽으셨나요? 소연과 두두, 미니는 울고 웃으며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의 정체성과 섹슈얼리티, 그리고 취약함에 대해 솔직하고 유쾌하게, 때로는 농담도 섞어가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2탄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습니다. 그때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리며, 마지막으로 함께 외쳐봅니다. 바이섹슈얼 가시화의 날, 축하합니다! 🌈
2025년 9월 20일 상담소 사무실에서
소연, 두두, 미니 참석
소연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