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후기] 회원 나눔: 뮤지컬 <펀홈> 관람 ②

엘리슨 벡델의 동명 그래픽노블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펀홈>이 국내 초연되어, 상담소로도 초대권이 도착했습니다. 회원 메일을 통해 선착순으로 나누어드렸습니다. 토니어워즈 12개 부문 노미네이트 5개 부문 수상에 빛나는 뮤지컬 <펀홈>의 국내 공연 후기를 소개합니다.

*더불어 뮤지컬 <펀홈>은 8월 30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됩니다! 많은 분들이 관람해주시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정은아님 후기]

저는 퀴어 공연도 제법 봤고 펀홈 뮤지컬도 이번이 두 번째 보는 것인데도, 압도적으로 좋았어요. 안 봤으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거예요. 꼭…! 꼭 보러 가셔야 합니다…! 꼭…!!!!!!
뮤지컬이니까 인상 깊은 넘버 위주로 후기 남길게요.

1. 19살 앨리슨이 부르는 ‘전공을 바꿀 거야’

처음 펀홈 뮤지컬을 보고 매일 흥얼거렸던 넘버예요. 자신의 성정체성을 막 깨달은 앨리슨이 조앤을 만나고, 처음으로 사랑을 나눈 후에 부르는 노래입니다. ‘내 전공은 조앤과 섹스하기, 부전공은 키스하기!’ 아마 가장 유명한 가사일 텐데요, 민망하지만 깜찍하고 사랑스러워요. 첫 섹스 후에 느끼는 벅찬 감정이 그대로 전달돼요.
그런데 이번에 공연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가사는 ‘내가 사라지는 걸까 점점 더 선명해지는 걸까’였어요. 아마도 앨리슨은 벅차고 경이롭지만, 혼란스럽고, 두려웠을 거예요. 내가 알던 세상과 달라졌으니까. 무성애자인줄 알고 살았는데 알고 보니 레즈비언이고, 멋진 애와 첫 섹스를 했고. 그래서 조앤한테 말하는 거죠.
‘그럼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모르겠어. 그래도 네가 좋아, 계속 같이 있자.’
당시 제 기억이 떠오르기도 해서, 울컥했어요. 아주 섬세한 넘버예요.

2. 헬렌이 부르는 ‘매일 또 매일’

매일 또 매일은 벡델집안을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넘버예요.
단풍나무 길가에 멋지게 고상하게 꾸며놓았지만 실제로는 어지러운 걸 다 감추면서 살았던 벡델집안. 아빠는 게이였고 엄마는 아빠를 참고 살아왔어요. 아빠는 가끔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 같았지만 강박적으로 집 꾸미기에 매달리며 남자들과 뒤로 관계를 계속 맺어요. 대학으로 떠난 딸은 자기가 레즈비언이래요.
헬렌의 삶은 어땠을까요?
저는 이 넘버를 들으면서 <당신 엄마 맞아?>를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3. 43살 앨리슨이 부르는 ‘지도’

브루스는 펜실베니아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죽었어요.
집에서 4마일만 떠나면 길이 있지만 아빠는 떠나지 못했고, 삶의 대부분을 조그만 마을 안에서 영어 선생님으로, 장의사로 살았어요. 만약 브루스가 뮌헨, 파리, 뉴욕에서 살았다면 다르게 살 수 있었을까요? 적어도 모두가 모두를 아는 펜실베니아 시골 마을에서 사는 것보다는 낫지 않았을까요.
아빠의 삶은 어땠을까요.
아빠는 왜 트럭 앞으로 뛰어들었을까요?

4. 43살 앨리슨이 부르는 ‘전화선’

아마 43살 앨리슨이 부르는 가장 유명한 넘버일 거예요.
아빠가 죽기 한 달전 앨리슨이 아빠와 드라이브를 하는 장면에서 나옵니다.
백 번 설명해도 한 번 경험하는 것보다 못 해요. 꼭 가보시라고 말씀으로 갈음합니다.
전화선부터 고조되는 감정이 팍! 터지는 순간까지, 꼭 느껴보세요!

코로나19탓인지 10월까지 예정이던 공연을 8월말까지만 해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놓치지 말고 꼭 전율과 감동을 느껴보세요!

저는 초대로 보고 한 번 더 봤어요. 그러고도 한 번 더 보고 싶은데 일정이 안 나와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한가지 팁을 드리면, 배우와 가까이 있고 싶으신 분은 무대석 통로좌석에 앉으시면 좋아요. 배우들이 무대좌석쪽 통로로 나왔다 들어갔다 하고, 뒤쪽을 보고 노래하는 장면도 꽤 많아요.

그럼, 뮤지컬 펀홈, 꼭 즐거운 관람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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