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레즈비언상담소에서 진행 중인 혼인평등 회원 인터뷰 시리즈의 네 번째 주인공, 두두를 만났다. 두두는 내가 상담소에서 상근활동을 시작하며 알게 되었다. 상담소 정기총회와 서울퀴어퍼레이드 등 여러 행사에서 마주친 두두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바라보고 환대해주는, 통통 튀는 밝음이 있었다. 왠지 ‘퀴어한’ 사람들과 함께 재미있게 살고 있는 것만 같은 두두는 나에게 언제나 궁금한 사람이었다.
두두는 누구인가
두두는 늘 경험을 통해 배우고, 어떤 일이든 도전하고 겪어내는 데 주저함이 없는 사람인 듯하다. 경험 중심적인 태도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인지 두두가 바이섹슈얼이라고 자신을 좀 더 정체화하게 된 것은 여자친구를 사귄 경험을 통해서였다. 팬섹슈얼 정체성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자신을 팬섹슈얼이라고 정체화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에 얽힌 경험은 무엇일까, 어떤 경험과 인식이 바이섹슈얼과 팬섹슈얼을 둘러싸고 있는 것일지 고민 중이다.
두두는 상담을 전공했고, 얼마 전 지역기관에서 활동가로 일하기 시작했다. 대학원 공부, 활동가로서의 활동, 상담가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해 계속 관심이 있다. “내담자의 내면은 물론 사회를 같이 변화시킬 수 있는 ‘다문화사회정의 상담사’가 되고 싶다.”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며 정리가 된 자기소개 문장.
다양성을 존중하며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데 보탬이 되는 상담사이자 활동가. 공부하고 활동하며,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은 사람. 두두가 바라는 그 꿈이, 두두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표현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의 형태는 정해져 있지 않다
두두가 꿈꾸는 가족의 형태는 무엇일지 물어보았다.
그러나 두두는 그 불안까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가족 형태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것처럼 보였다. ‘모호해지는 것도 괜찮다’는 말은 그런 의미일 거다. 어쩌면 두두는 자신만의 답을 다시금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날을 위해 잠시 모호함의 시간을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한편 가족은 누구랑 살지 가족의 형태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어떤 가족인지, 분위기와 문화도 중요하다. 두두의 생각은 어떨까? 두두는 다문화가정에서 자랐고, 위계적 분위기를 많이 겪었다고 했다.
존중이 있는 평등한 가족. 두두는 인터뷰를 하며 ‘대안가좍’이라는 표현이 좋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대안가좍’은 가족 혹은 대안가족이라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유머스럽게 비튼 표현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남자랑 결혼하는 저는 상상이 안 가요.” 혼인평등과 법제도
두두는 언젠가 애인과 헤어지고, 애인이나 본인이 남성과 결혼하게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불안해지기도 한다. 남성과 결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두두에게 왜 불안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두두는 진지한 것이 중요한 나와는 정말 나와 달랐다. 재미있는 것, 진부하지 않은 것을 매력으로 느끼고 좋아한다. 재미있는 삶이 중요하기에, 그리고 스스로 위계와 부당한 일들에 무뎌지지 않고 항상 경계하며 당사자로서 살아가고 싶기에 두두는 ‘퀴어하게’ 살아간다. 그런 두두에게서는 늘 자신감과 에너지가 느껴진다.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며 법과 제도를 개선해나가기도 하지만, 때로는 법제도가 변화면서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뒤따라오기도 한다. 그래서 두두는 동성혼 법제화가 본인보다도 다른 사람들에게 더 큰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제도적 차별이 하루빨리 사라져 인식도 달라지고, 결혼하고 싶은 사람들이 결혼할 수 있게, 다양한 가족을 꾸릴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사회적 편견과 폄하를 막으려면 어떤 법과 제도가 필요할지 물었다. 두두는 새로운 법이나 제도가 필요하다기보다도 기존의 법이 수정되어야 한다고 했다. 기존의 법과 제도에 존재하는 차별을 먼저 없애야 한다는 말이다.
퀴어 페미니스트 여성들과 함께할 때 재미있다
두두를 볼 때면 여러 퀴어/페미니스트 여성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추구하고 탐험하고 있다는 유쾌한 인상을 받는다. 두두는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인 ‘서페대연’에서 활동했고,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도 자원활동과 후원활동을 했다. 퀴어 페미니스트 댄스 공간 ‘루땐’에도 참여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해왔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서, 또 ‘정상성’의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퀴어함을 찾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 경험들이 재미있어서다.
두두가 퀴어/페미니스트 활동을 지속하는 데 동력이 되는 것이 바로 이런 부분일 테다. 재미있고 다정한, 애매하고 퀴어한,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일상을 보내고 ‘대안가좍’을 꿈꾸는 것.
부당한 일들이 당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닐지 경계하는 삶을 산다는 두두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 역시 혹여 정상성의 범주에서 누군가를 차별하고 배제하고 있지는 않을지 돌아보게 된다. “세상에 있는 그 누구도 배제받는다는 기분을 안 느끼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본인의 선택 때문에 말이에요. 맞아요, 고양이조차도요.” 두두가 원하는 그 누구도 배제받지 않는 세상 속에서 대안가좍을 꾸려나가길 응원하며, 그의 재미있는 일상들 속에 나도 함께이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