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L상담소 2021년 9월 소식지

한국L상담소 소식지. 이미지가 크게 보여요.
잘 안 보이시나요?

제법 쌀쌀해진 바람을 실감할 수 있는 9월이 되었습니다. 한참 더울 때에는 가을을 기다렸는데 막상 9월이 되니 곧 한 해가 끝나버릴 것만 같아서 은근히 마음이 조급해지는데요 🙂 그래도 이 선선한 날씨와 여유로움을 충분히 즐기시길 바랄게요! 상담소는 9월에 큰 변화를 맞습니다. 바로 신입 자원활동가 영입입니다. 7~8월동안 신입 자원활동가로 지원해주신 분들 덕분에 하반기 활동가 회의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다음 10월 소식지에는 신입 자원활동가의 인사도 실어보도록 할게요. 지난 한 달 상담소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활동가 편지 

[9월 활동가 편지]

  – 활동가 나루 

안녕하세요, 활동가 나루입니다. 조만간 다가올 추석에 회원 여러분은 어떤 계획을 세우셨을까요? 저는 한동안 내려가지 않았던 고향집에 오랜만에 다녀올 예정이에요. 비단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고 여러 갈등과 스트레스가 싫어서 가족들을 멀리해온 지가 꽤 오래되었습니다. 이번 명절에 내려가겠다고 하니 우선 엄마가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기뻐하는 엄마의 목소리에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죄책감을 얼른 꾹꾹 눌렀습니다.
저의 스무살은 화목하지도 부유하지도 않은 (오히려 그와는 정반대였던) 집에서 탈출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뒤로는 저의 성장환경이 예고하는 경로에 따르지 않고 조금이나마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고군분투해온 시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그 와중에도 ‘K-장녀’답게 한때는 집안을 일구고 가족들을 평안하게 해주려 안간힘을 쓰기도 했고, 앞서 밝혔듯 아예 외면하거나 멀리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엔 그냥 내려가보자, 하는 마음을 먹었지만 또다시 불쾌함과 서글픔만 안고 돌아오게 될지 어떨지 모르겠어요. 저처럼 어딘지 까슬까슬한 마음으로 추석을 맞이하는 경우가 아마 회원분들 중에도 더 계시겠지요?
기혼여성의 명절 스트레스는 익히 알려져 있지만 비혼여성이나 퀴어여성이 겪어야 하는 명절 압박도 적지 않을 거예요. 연인이 있는 경우엔 기혼부부 못지않은 다툼도 벌어지죠. 모처럼만의 연휴인데 애인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속상함도 있고, 내가 생각하는 진짜 가족은 여기 있는데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현실의 벽을 실감하기도 하고, 연인을 빼앗기는 듯한 불안을 느끼기도 합니다. 선물이나 용돈 문제로 갈등이 빚어지거나 가족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를 괜히 애인에게 풀어서 안 해도 될 싸움을 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명절 잔소리는 비혼여성 공통의 스트레스죠. 언제 결혼할래, 노후에 외로워서 어쩌려고 그러냐, 결혼 안 할 거면 돈이라도 잘 벌어야지 등등 상황에 따라 변주되는 수많은 말들. 옛날 퀴어 선배들이 서른다섯살까지만 참으면 나아진다 했는데 아이코, 이제는 결혼 연령대가 늦추어지며 잔소리도 장기화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가족들이 입 밖으로 꺼내는 말과 내심 바라는 것이 다른 게 아닐까 싶어 혼란스러울 때도 있어요. 겉으론 결혼해라 말하지만, 은근히 결혼하지 말고 곁에 남아줬으면 바라는 게 아닐까 싶거든요. 가족 중 아픈 사람이 생길 때, 궁금한 것이나 필요한 일이 있을 때 비혼의 딸은 일순위 의지처가 되곤 하니까요.
퀴어여성들은 이러한 부양의 책임을 ‘자처’하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을 겁니다. 가부장제의 모순을 아는 사람으로서 엄마나 자매 등 여성들의 편에 서기 위해서 혹은 가족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바꿔보기 위해서 말이에요. 때로는 이성애 결혼을 하지 않고 ‘내 멋대로’ 살아가는 것에 은연중 죄책감과 부채감을 느끼면서 가족에게 더욱더 잘하려고 과한 애를 쓰게도 되지요. 이것이 가부장제의 효녀 역할에 다시금 복무하는 일인지, 혹은 퀴어여성으로서의 적극적 생존투쟁이자 실천인지 쉽게 판단하기는 어려운 일 같습니다. 다만 저의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서 언젠가는 꼭 말해주고 싶어요. 그만하면 됐다고, 열심히 살아왔다고, 너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물론 이보다 더 용감하고 당당하게 가족과의 관계를 만들어나가거나 단절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그러한 노력에도 지지를 보내드리고 싶어요.
이번 명절의 마지막 날에는 레즈비언 친구들을 만날 거예요. 그게 저한테 필요한 일이고 소중한 일이라는 걸 압니다. 추석에 밝고 둥근 달을 볼 수 있기를 고대하며 모두의 더 나은 명절을 기원하겠습니다. 모쪼록 추석 평안히 보내셔요! 🙂

알립니다
💎 신입회원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합니다
오랫동안 코로나로 중단되어 왔던 신입회원 오리엔테이션으로 진행합니다. 상담소 활동에 대해 알아보고, 또 다른 회원들과 활동가를 만나고 인사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아직 이수하지 않으신 분들은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OT는 6인 선착순 마감됩니다)

💎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 레즈비언> 온라인 상영 잘 마쳤습니다

신입회원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신 분들이라면 한번쯤은 다 보셨을 1996년 송지나의 취재파일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레즈비언>의 전체 영상 55분 복원 상영회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신입OT에서는 10분 정도의 편집본만 보고 또 최근 줌으로 OT를 진행하면서 못보신 분들이 많았는데요, 이번 특별 상영을 통해 전 편을 함께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활동가 적분, 꼬마, 나루 그리고 회원 파이프,섬, 히디, 김권, 하제, 슐라, 은아님 참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영이 끝나고 회원분들과 함께 감상 후기를 나누었는데요, 1996년 당시의 호모포비아적 시선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방송사의 질문들과 대본들에 함께 분노했구요. 사실 지금이라도 이렇게 유명 프로그램 (지금으로 치면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준하는)에 커밍아웃하며 얼굴을 드러내기 쉽지 않은데, 무려 25년전 얼굴을 드러내고 레즈비언의 존재를 알린 끼리끼리(한국레즈비언상담소의 전신) 회원들의 용기에 정말 소리없는 박수를 보내며 상영회를 마무리했습니다. 

한가위 특집
💎 여성퀴어 여러분, 추석 잘 보내고 계신가요?

기다리던 추석 명절이 되었습니다. 모처럼 토,일과 붙여서 쉴 수 있는 오랜 연휴기간이지만 한 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지는 여성 퀴어의 명절 연휴. 여러분은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정상가족, 이성애 중심 가족문화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적당히 본인의 정체성을 숨기며 연휴를 보내야 하는 여성 성소수자의 고충을 여러분께 여쭈어보았습니다. 짧은 기간에도 긴 답변으로 응답해주신 회원+비회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설문 내용중 몇가지를 추려 함께 나누어 봅니다. 우리가 바꾸었으면 하는 명절 문화! 우리는 어떤 명절 연휴를 원하는지 한번 들어볼까요?

프로젝트 팀 소식
💎 상담교육팀 + 상담팀

8월에도 상담활동가 양성과정은 달려나가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저녁, 바쁜 일정 와중에도 11명의 참여자들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비록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날 수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온라인으로도 풍성하게 토론을 이어가고 있답니다. 8월에는 ‘인권감수성’과 ‘위기개입’을 주제로 2회차의 강의, 그리고 ‘교제 및 성’과 ‘커밍아웃과 아웃팅’을 주제로 2차례의 세미나를 진행하였습니다. 여성 성소수자들이 삶을 통해 경험하는 상담 주제들이어서, 상담교육팀 활동가들이 많은 고민을 거쳐 매주 교육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이제 양성과정의 마지막 한 달을 바라보고 있는 만큼, 양성과정이 끝나고 어떻게 상담활동을 꾸려갈지에 대해서도 새롭게 모색하고자 합니다. 회원분들께서는 상담소에서 어떠한 상담활동이 필요할 것 같으신가요? 함께 의견을 나누어 주세요! (소식지 하단의 FEEDBACK 폼을 이용해주셔도 좋습니다)
💎 사포의 서재
💦 대중문화특강 [흩어지기-모이기] X 정은영 작가- 잘 마쳤습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에서 기획한 릴레이 문화특강 프로젝트 [흩어지기-모이기]가 순조로운 출발을 했습니다. 90여명의 신청자와 70여명의 실접속자수를 기록하며 많은 분들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미술사에서 여성작가 그리고 퀴어성을 가진 작업들이 언제 어떻게 드러나게 되었는지를 짚어보며, 과연 퀴어 미술이라는 것을 무어라 정의할 수 있을 것인가를 질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답이 없는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또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이 강의에 참여한 우리의 교차 지점을 탐색해 볼 수 있었습니다. 3시간 동안 열강해주시고 특별후원까지 해주신 정은영 작가님께 감사의 인사를 남깁니다! 쇼어님께서 써주신 강좌 후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버튼을 클릭해주세요! 
💦 9월의 상영회는 쉬어갑니다. 10월에 만나요!

안녕하세요. 올 해는 매 달 한번씩 작게라도 상영회를 정기 운영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요. 9월말쯤 레즈비언 작가 (무민 창작자)의 일대기를 다룬 <토베 얀손>으로 영화 번개를 해볼까 고민하다가 결국 지속해서 COVID 확진자가 줄지 않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서 9월 상영회는 쉬어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10월에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감독 셀린 시아마의 <쁘띠 마망>이 개봉한단 소식에 다음 번개 영화로 거론 되고 있습니다.  (혹시 더 좋은 의견 있으신 분들은 뉴스레터 마지막의 FEEDBACK을 통해 의견주세요!)

+ 한가지 더! 상영회를 쉬어가는 <사포의서재> 스태프 카톡방에서 심심풀이 나의 연애유형? 데칼코마니 동물테스트를 해보았는데요. (이미 많이 해보셨을 수도 있지만) 사포의 서재 스태프들은 철벽왕 거북이와 소(?), 시속 900미터 나무늘보, 은근히 수줍은 북극곰이 나와서 잠시 카톡으로나마 웃으며 안부를 나누었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함께 테스트해 보아요 (본 테스트의 저작권은 -데칼코마니 동물 테스트-에 있습니다)

소모임 소식
💎 산타올라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던 <산타올라>가 거리두기 4단계로 공식적 산행은 이번 달 쉬어갑니다.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고 단풍이 예쁘게 물들 무렵(!) 모임이 재개될 예정이니 공지를 놓치지 말아주세요!
💎 퀴어그림책 워크숍

오랫동안 소식이 뜸했던 <퀴어그림책워크숍> 어찌되고 있는지 궁금하셨죠?

저희의 시작은 창대했으나 (다들 너무 멋진 계획을 들고오심), 다들 바쁘신 탓에 작업량을 채우지 못해 무척 허덕이고 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9월쯤에는 결과물이 나와야했지만! 오프라인 만남도 어렵고 다들 본업이 바쁘시고… (주절주절) 그리하여 화요일 마다 1주간의 작업을 업로드 하기로 약속하고 온라인 모임을 진행중입니다.  못 올리는 사람은 커피를 한 잔씩 적립하여 다음 오프라인 모임이 가능할 때 모아두었다가, 커피 파티를 하기로 ㅎㅎㅎ 목표를 세우고 조금씩 조금씩 그림을 진행하고 있답니다. 저희가 무사히 목표한 바를 채우고 완성을 향해 갈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8월 재정보고
* CMS 정기후원 (167인)
겨울, 결이, 고래, 고레, 고망, 고유, 국산더덕, 권세미, 그린, 김권, 김도혜, 김박복, 김유진, 꼬마, 뀨뀨, 나루, 나인, 날총, 낭만버드, 너구리, 노키, 늘보, 니나노, 다자인, 도담, 동그리, 들콩, 디아나, 또랑, 랄프, 랑랑, 럼블, 레나, 레너드, 레종, 로마, 로지, 로터스, 마고, 마리나, 마리아, 마셀린, 문호영, 미아, 미율, 미친, 민정, 민초, 밍기뉴, 배추김치, 백, 백곰돌이, 버블검, 변영주, 별, 별사람, 보라, 보배, 비바, 빈, 빵지, 뽐므, 사자, 산들, 살짝찐감자, 샌드, 샐리, 선의, 섬, 성해, 소요, 소윤, 쇼어, 수민, 수현, 슈라, 슐라, 슝슝, 시아, 심플, 쌀, 쏘머즈, 아미고, 아원, 안덕, 얄리, 양말, 엘렌, 연, 연두, 연우, 연이, 연지, 열공, 영지, 예리, 오롯, 와플, 원영, 윈느, 유이치, 윤주, 은비, 은하수, 음파, 異佳, 이삵, 이상희, 이슬, 재인, 재키, 적분, 전해성, 정, 정우, 조연, 주영, 준희, 중간계, 지니, 지연, 지훤, 채움, 초록, 캥거루, 콩두부, 콩이, 토마토, 파인애플, 팡페니, 하랑, 하레, 하울이, 하제, 한알, 혜인, 홍미숙, 화자, 희원, 히디, CDH, gomi, Grace, Hewga, It’s_not_your_fault, Jay, Jay P, JAY.H, JMJ, JoJo, KBNR, KS, KTW, LEO, LJS, LRun, marasade, NGS, NOE, PHR, PSA, PSY, SJE, sk, tittolo, WBR

* 계좌이체 정기후원 (5인)
블루마블, 윤우, 하마씨, 해솔, xuan

* 특별후원
정은영

* 물품 및 일손 후원
도서 후원: 마셀린, 원영, 익명
홈페이지 관리: 부깽
※ 한국레즈비언상담소의 든든한 버팀목이신 정회원, 후원회원, 특별후원인 여러분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소중한 마음으로 모아주신 회비 및 후원금은 여성 성소수자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고, 다양성과 평등의 지평을 넓히는 활동에 신중히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명단 누락이나 변경, 후원 및 재정 관리 관련 기타 궁금하신 사항은 언제든지 lsangdam@hanmail.net으로 연락 주세요.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한국레즈비언 상담소
lsangdam@hanmail.net
www.lsangdam.org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