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레즈비언권리운동연대 발족선언문 [붙임자료1]

[붙임자료1. 한국레즈비언권리운동연대 발족선언문]

한국사회에서 레즈비언은 여성이자 동성애자로서 가부장제와 이성애주의로 인해 이중의 억압과 차별을 당하고 있다. 한국레즈비언권리운동연대는 한국사회 레즈비언의 억압적 현실을 토대로 레즈비언의 권리를 위한 운동을 함께 전개하고자 한다. 1994년 11월 ‘한국여성동성애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가 발족하면서 이미 독자적 레즈비언 인권운동은 시작되었다. 이는 기존 여성운동이 포괄하지 못하는 여성 속의 소수자인 레즈비언, 또 남성 동성애자(게이)와 달리 성차별의 문제까지 짊어진 한국사회 레즈비언의 권리를 위한 운동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했다. 한국사회의 레즈비언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으며, 레즈비언 인권운동 또한 어떠한 사회적 자원도 없는 상태에서 힘겹게 시작되었다. 1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레즈비언 인권운동가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4개의 레즈비언 운동단체가 자리잡기에 이르렀다. 이 4개의 단체가 함께 결성한 한국레즈비언권리운동연대는 기존 여성운동이나 인권운동이 포괄하지 못했던 레즈비언의 권리를 보다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주장하여 사회적 동의의 기반을 넓혀가는 길을 함께, 새롭게 시작하려 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한국사회의 이성애주의와 가부장제에 반대한다.

이성애주의와 가부장제는 동시에 레즈비언의 삶을 옥죄고 있다. 이성애만이 옳고 자연스러운 것이라 주장하고 교육하는 이성애주의는 레즈비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하기 힘들게 만들고 사회·제도적으로도 소외시키고 있다. 성정체성에 대한 정보로부터 체계적으로 소외당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힘들게 한다. 레즈비언 정체성을 드러낼 경우 가족, 친지, 동료들로부터 소외당하고 고용 및 각종 서비스 이용에서 제한을 당한다. 또한 레즈비언이 처한 현실을 이용한 각종 범죄 또한 증가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사회적 대책이 전무한 현실이다. 레즈비언은 또한 여성으로서 가부장제적 한국사회에서 차별과 소외를 경험한다. 여성이라는 정체성은 레즈비언이 성장하고 교육받는 과정에서 문화, 섹슈얼리티, 제도 등에서 차별당하게 하며, 이는 동성애자로서 당하는 차별과 맞물려 레즈비언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우리는 레즈비언의 삶을 옥죄는 이성애주의와 가부장제에 대항하여 적극적 실천을 하고자 한다.

한국사회 레즈비언의 현실에 바탕을 둔 권리운동을 추구한다.

레즈비언들은 여성이자 동성애자로서 사회적으로 비가시화되고 배제되는 상황에 있다. 그러나 한국의 여성운동과 인권운동은 레즈비언들이 체계적으로 배제되고 억압당하는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실천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우리는 한국사회 레즈비언들이 처한 현실을 파악하고 분석하여 레즈비언의 구체적 상황과 처지가 개선될 수 있는 권리운동을 하고자 한다.

레즈비언의 독자적 권리운동을 추구한다.

우리는 레즈비언의 시각으로 레즈비언을 억압하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바라보고 레즈비언의 목소리로 이에 저항할 것이다. 레즈비언의 독자적 경험과 목소리를 기반으로 인권운동 및 여성운동과 연대를 모색할 것이다.

2005년 5월 2일
한국레즈비언권리운동연대
(레즈비언인권연구소, 부산여성성적소수자인권센터, 이화레즈비언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