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지션을 준비 중인데 부모님께서 주신 몸을 훼손하는 불효를 저지르는 건 아닐까요?

트랜지션을 준비 중인데 부모님께서 주신 몸을 훼손하는 불효를 저지르는 건 아닐까요?
 
훼손이란 헐거나 깨뜨려 못 쓰게 만드는 행위를 뜻합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은 자기 몸과 자기 성별의 괴리를 느끼고 부대껴서 살아가기가 너무 괴롭고 힘이 듭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맞는 몸을 갖고자 노력하는 중이지요. 이를 가리켜 몸을 훼손하는 행위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당신의 몸을 당신 스스로 더욱 잘 보살피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말해야 옳을 터입니다. 당신 자신을 더 잘 아끼고 긍정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내가 나를 스스로 아끼는 일을 불효라고 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부모님은 당신이 느끼는 성별위화감을 이해하지 못하고 당신의 트랜지션을 마지못해 그냥 두면서도 탐탁지 않게 여기거나 굉장히 분노하며 격렬하게 반대할 수 있습니다. 이때 왜 당신에게 트랜지션이 그토록 중요한지에 대해 부모님께 가능한 상세히 설명해 드리며 설득하세요. 의료적 조치를 취한다는 게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호르몬 치료나 외과적 개입이 왜 훼손이 아닌지에 대해 충분히 알려 드리면서 이해와 지지를 구하는 겁니다. 트랜지션 과정과 그에 따라 일어나는 변화를 부모님과 공유해 나갈 수 있다면 부모님의 이해도를 차근차근 높여가기에도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