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을 할 준비가 안 됐는데 언니가 눈치를 챈 거 같아요. 이럴 땐 어떻게 하지요?
커밍아웃은 마음의 준비가 충분히 되었을 때, 언니한테 당신 이야기를 털어놓자는 마음이 우러날 때 해도 늦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살아가다 보면 내가 미처 준비가 안 된 상황인데도 커밍아웃을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버리는 상황도 겪게 됩니다. 당신이 지금 처한 상황이 바로 그렇습니다. 그 동안 언니와의 관계가 어땠는지 눈치를 챈 언니가 보이는 반응이 긍정적인 것 같은지 부정적인 것 같은지를 잘 살펴 행동 방향을 정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언니의 반응이 부정적인데다 당신도 스스로를 설명해낼 용기가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한다면, 우선은 아닌 척 잡아떼어도 좋습니다. 애인과의 관계를 추궁 당한다면 친구라고 하거나 상대방이 자기를 좋아하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해 버립니다. 언니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풀고 긴장감을 조성하지 않을 때까지 일단 조심하고 보는 겁니다. 이는 언니나 다른 가족이 당신의 사적인 소지품이며 개인적인 공간을 침해할 우려가 있거나 당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가족회의라도 소집할 기세인 경우 유용한 전략일 수 있습니다.
한편 언니는 당신에 대해서 그저 솔직하게 알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고, 오히려 당신이 자기한테 말해주지 않는 데 대해 답답해하거나 서운해하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분위기가 그런 거 같으면 이럴 때는 잘 준비해서 일단 언니에게라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아봐도 좋지 않을까요? 물론 언니는 당신을 기본적으로는 응원하고자 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여러 편견을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귀찮아 하기보다 최대한 잘 설명해 주세요. 동생을 이해하고 싶어하는 언니인 만큼 당신의 설명을 반가워 할 것입니다. 만일 언니를 믿고 커밍아웃을 했는데 상황이 예상과 달리 당신에게 적대적으로 흘러간다면 혼자서 감당하려 하지 말고 한국레즈비언상담소에 얼른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