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은 꼭 해야하는 건가요?
커밍아웃은 '벽장으로부터 나온다'는 뜻으로, 영어로 'coming-out of the closet'이라고 하는 말의 줄인 표현이지요. 지금의 사회는 동성애자가 자기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이성애자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이성애중심적인 세상이잖아요. 이런 세상에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다른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드러내는 행동을 커밍아웃이라고 말합니다.
당사자가 아닌 분이라면, 벽장 속에 갇혀 있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한 번 상상해 보세요. 그러면 동성애자들의 정체성 드러내기를 벽장으로부터 나온다는 표현에 빗대어 말한 이유가 와 닿으리라 생각합니다.
커밍아웃은 반드시 해야만 한다, 혹은 그럴 필요는 없다라고 이야기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커밍아웃이 동성애자에게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점이에요. 커밍아웃은 동성애자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긍정하게 해주는 토대이기도 하면서, 동성애자 스스로 보다 통합적인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게 해주는 과정이기도 해요. 타인과 솔직한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고 말이지요.
그런데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이 사회는 동성애자들이 커밍아웃을 하기엔 몹시 위협적인 현실이지요. 어떤 사람들은 커밍아웃이 생존의 권리를 위협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커밍아웃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조금 수월한 편일 수 있지요. 각자의 상황에 따라, 인간관계나 주위의 사람들과 문화적 차이, 조건에 따라 많이 다르지요.
우리 사회는 동성애자를 아예 없는 존재로 취급하거나 변태나 정신질환자 등 왜곡된 이미지로 묘사하곤 하지요. 그렇게 갑갑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가리고 있던 벽장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간다는 것은 자기에게 쏟아지는 편견의 시선을 꿋꿋이 헤쳐나가겠다는 용기와 자긍심의 표현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고 더 많은 자신감을 갖게 되기도 해요.
동성애가 비정상적인 것으로 낙인찍혀 있는 문화 속에서 동성애자로서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러한 자기 자신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 나간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동성애자의 커밍아웃은 많은 지지와 격려를 받아야 할 사안이지요.
커밍아웃을 결심하기까지 많은 경우, 내가 동성애자라는 걸 이야기하면 저 사람은 나를 어떻게 볼까, 가족들에게 알렸다가 쫓겨나지 않을까,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아닐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지요. 그만큼 동성애자의 커밍아웃을 지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바로 동성애자 인권운동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고요.
커밍아웃은 동성애자들의 선택이자 결정이고, 그 선택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커밍아웃은 항상 권장되어야 하는 일이지만, 강요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죠. 그리고 커밍아웃을 한 사람이 어려운 상황이나 폭력적인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차별의 벽들을 무너뜨리는데 힘을 모아야 하겠지요.
커밍아웃을 주저하고 있는 사람이나 겁을 먹고 있는 사람들은 보다 튼튼한 마음으로 자기 자신을 긍정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커밍아웃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사회적인 안전망이 조금씩 생겨날수록, 동성애자의 권리가 신장될수록, 동성애자들이 커밍아웃을 할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