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상담후기
루
열번이라니, 어떻게 보면 참 긴 시간이지만, 한 분 한 분을 만나기엔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어요. 나도 모르는 나를 만나고, 또 다른 누군가와 닿기 위한 참 어렵고 치열한 순간 순간을 깊이 고민하던 여러분들의 모습이 제게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어느 다른 집단에서도 끝내 말하지 못한 부분이, 우리가 경험한 집단 안에서는 말할 필요가 없는 부분으로 남겨져 있었습니다. 말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얘기하기도 했고, 또 어떤 경우에는 너무 당연해서 미처 말할 수 없기도 했어요. 또한 누구에게도 쉽게 얘기할 수 있었던 부분은 아무에게도 얘기할 수 없던 부분과 연결되어가기도 했죠.
이야기 되었던 것과 이야기되지 못한 것들이 엉켜 아쉽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합니다. 그냥 누군가일 뿐이지만 동시에 레즈비언이기도 한 사람들의 온전한 경험들이 더 많은 곳에서 더 깊이 말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작은 여섯명이 조촐히 했지만, 같은 방식으로 더 많은 에너지가 더 많은 이에게 전해질 수 있었으면 해요.
저는 받은 것이 참 많습니다. 같이 했던 여러분들 정말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