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레즈비언 친구들이 하나 둘씩 결혼을 하고 있어서 위기감을 느껴요.

주변 레즈비언 친구들이 하나 둘씩 결혼을 하고 있어서 위기감을 느껴요.
 
레즈비언 커뮤니티에서 만난 친구들이 이성과 제도 결혼을 하며 내 곁을 떠나가면 복잡한 심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국 저게 맞는 건가 싶어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되기 마련입니다. 친구들과 레즈비언으로서 교류한 시간마저 무의미해지는 것 같아 허무해지기도 할 터이고요. 내가 사는 현재가 친구는 더 이상 돌아보고 싶지 않아하는 과거라는 생각에 레즈비언이라는 존재 자체가 지워지는 듯한 착잡함에 사로잡히기도 할 것입니다. 외톨이로 뒤에 남겨지는 기분, 사회적으로 소외되는 기분이란 참으로 쓸쓸하지요.

이성과 제도 결혼을 해야만 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결혼을 해도 좋을 것입니다. 결혼하지 않은 채로 견뎌야 할 삶에 자신이 없다면, 결혼해서 어떻게든 살아갈 자신이 있다면 결혼하는 게 나쁜 선택은 아닐 겁니다. 레즈비언으로 무척 오래 살다가도 의외로 마음에 드는 이성이 생겨 결혼을 추진하는 일 역시 없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내가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에 변함이 없는 상태라면, 앞으로도 되도록 레즈비언으로 살아가고 싶다면, 결혼해서 떠나가는 레즈비언 친구들의 뒷모습에 무너지지 말고 나 자신을 단단하게 지키기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나는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함에 잠겨 어쩔 줄 몰라 하기보다 레즈비언으로서 살아나가는 데 필요한 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사람들과 공유하며 자긍심을 돋워나가는 겁니다. 지금 느끼는 위기감을 다루는 요령도 비슷한 경험을 거쳐간 레즈비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서로 다독이고 힘주는 가운데 더 잘 익혀나가게 될 것입니다. 남들 하는 건 다 해야 한다는 규범에 애써 따르는 삶이 아니라 나한테 잘 맞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는 삶이 더 의미 있는 삶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