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고백을 해야 할까요?
일반적인 정답이 존재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고백을 하고자 하는 당신과 당신의 고백 대상이 어떤 성격의 사람인가나 두 사람이 이제까지 무슨 관계였는가에 따라 고백 방식은 달라지기 마련일 터이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부대 상황이 변수로 작용하기도 할 테고요. 구체적인 고백 계획은 결국 자기 사정에 밝은 당사자가 가장 잘 세울 수 있는 법입니다.
그래도 담담하고 솔직하자는 제안은 하고 싶습니다. 자기가 느끼는 설렘과 애틋함을 정확히 전달하고 재촉이나 강요 없이 의연히 상대방의 반응을 기다리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받아들여졌을 때의 기쁨을 만끽할 배포와 거절당했을 때의 좌절을 감내할 용기를 두루 가지고 접근하자는 당부 또한 단단히 해 두고자 합니다. 자기가 상대에게 사랑에 빠졌어도 상대는 자기한테 그런 감정이 아닐 수 있음을 선선히 납득할 준비가 되어 있기를 바랍니다. 그게 곧 본인이 사랑 받을 자격이 없다거나 사랑 받을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알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때 두 사람은 단지 인연이 아닐 뿐, 당신이 어딘가 부족한 게 아닙니다. 고백의 방식을 물었는데 웬 마음가짐 운운인가 싶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자신감과 자긍심이야말로 고백을 준비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라 믿기에 강조해서 말씀 드렸습니다.
커뮤니티가 아닌 이른바 일반 사회에서 만난 동성에게 고백하고자 할 때면 더 주눅이 들지도 모릅니다. 받아들여질 것인가 거절당할 것인가 뿐만 아니라 과연 내 고백 자체를, 내 감정 자체를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하는 걱정까지 떠안게 되기 때문입니다. 레즈비언은 레즈비언대로, 바이섹슈얼은 바이섹슈얼대로, 고백을 할 때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본인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난감할 수 있습니다. 바이섹슈얼의 경우 이성한테 고백을 할 때에도 자기 정체성을 얼만큼 어떻게 드러내면 좋을지 고민하게 되고는 합니다. 한편 트랜스젠더는 어떤 성별의 상대에게 고백을 하려 하든 자신의 성별정체성, 몸의 형태, 법적 성별 등에 대해 상대한테 얼만큼 어떻게 열어 보일 것인가를 궁리하게 되고는 합니다. 역시 정답은 없습니다. 고백하는 사람이 원하는 만큼 원하는 방식대로 커밍아웃 하면 됩니다. 내가 동성애자인지 양성애자인지 아직 잘 모른다 해도 괜찮습니다. 내가 트랜스젠더인지 아닌지를 미처 확신하지 못한 상태라 한들 그 또한 괜찮습니다. 성정체성이나 성별정체성이 확실히 자리 잡힌 상태에서만 사랑에 빠질 수 있고 고백해도 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 그러니 자기 감정을 본인부터가 긍정하면서 상대방에게 당당하게 전해 보아요. 마침 상대방도 내가 좋다면 즐겁게 연애를 시작합시다. 거절당한다면, 깨끗이 물러나 마음의 상처를 회복할 충분한 시간을 가집시다. 혹여 당신의 고백을 받은 상대가 몹쓸 인간이라 당신이 LGBTQ/성소수자/퀴어라는 사실을 볼모로 당신을 괴롭히기라도 한다면, 같이 싸웁시다. 단단히 혼내 줍시다. 그럴 때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