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동성애자라서 이렇게 우울한 건가요?
당신이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우울한 건 아닙니다. 동성애는 질병도, 질병의 원인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저 인간이 느끼는 아주 자연스럽고 평범한 끌림 중 하나일 뿐이지요. 실제로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동성애자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동성애자로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사회적 차별과 낙인 때문에 우울증을 비롯한 여러 정신적 고통을 겪는 이들 또한 적지 않습니다. 동성애자로 정체화를 하는 과정에서 겪는 혼란, 소중한 사람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의 고통, 동성 파트너와의 여러 권리들을 제도적으로 부정당하면서 겪는 분노 등 다양한 종류의 스트레스가 동성애자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당신이 우울한 이유가 당신의 성정체성과 관련돼 있다고 생각한다면, 동성애자로서 살면서 경험해 온 것들이 자신한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시간을 들여 찬찬히 탐색해보세요. 이때 내담자가 성정체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편안하게 하도록 독려하는 기관에서 상담을 받으면 당신이 동성애자로서 해 온 경험과 당신이 우울한 이유를 연결 지어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당신의 경험들을 잘 정리해서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동성애자로서 덜 우울하고 더 건강하게 살아갈 방법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줄곧 우울했던 까닭이 이제까지 아무에게도 당신의 성정체성을 털어놓지 못하고 고립된 채로 지냈기 때문이라면, 고립된 상황을 개선하는 게 해결책이 되겠지요. 커밍아웃 계획을 세워 주변에 조금씩 당신의 성정체성을 알리거나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참여해보는 식으로 말입니다. 보다 적극적으로는 동성애자 인권 운동을 하는 단체의 회원이 되어 이제껏 당신을 우울하게 만든 현실을 바꾸려는 움직임에 함께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때보다 당신이 처한 상황을 당신 스스로 바꾸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