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트랜스 남성이지만 남성성이라 불리는 특징들은 어색하고 싫은데 어쩌면 좋을까요?
 
 스스로 남성이라고 인식한다면 남성성이라 불리는 특징들을 얼만큼 가지고 있는가와 상관없이 당신은 남성입니다. 흔히 남자답다 여겨지는 특징들을 싫어한다 해도 당신이 남성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남성성은 남성으로서 존재하고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남성성이 그 사람의 성별이 남성임을 입증하는 증거도 아닙니다. 남성도 여자다울 수 있고 여성도 남자다울 수 있습니다. 남성인데 남성성이 싫다고 해서 이상한 게 아니고 여성인데 여성성이 어색하다고 해서 잘못된 게 아닙니다. 원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여자다움이고 남자다움인지를 분명히 구분하는 것 자체가 애매한 일입니다. 시대에 따라 사회에 따라 그 기준이 다르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뭐가 여성성이고 뭐가 남성성인지에 대한 고정된 정의가 불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안타깝게도 남성은 남자답고 여성은 여자답기를 요구 받는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남성이라면 트랜스젠더가 아닌 남성과 트랜스 남성 모두 이른바 남성성을 취해야 한다는 기대와 압박을 받기 마련입니다. 이때 트랜스 남성은 외모며 행동에서 남성성을 충분히 내보이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여성으로 보거나 어딘가 완전하지 않은 남성으로 볼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비(非)트랜스젠더 남성보다 남성성을 갖춰야 한다는 압박을 더 받기도 합니다. 본인이 자기 남성 성별을 확신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도 쉽게 남성으로 통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트랜스젠더 남성도 군대나 남학교처럼 남성성이 강력하게 요구되는 공동체에서 생활하게 되면 다른 경우보다 남성성을 취해야 한다는 압박을 상대적으로 더 받을 수 있습니다.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자기 성별에 기대되는 규범을 따를 것인가 말 것인가, 얼만큼 따르고 얼만큼 거부할 것인가는 당사자가 선택해야 할 몫입니다. 규범을 따르든 따르지 않든 본인이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감당 가능한 만큼만 하면 됩니다. 남성성이든 여성성이든 본인이 어색하고 싫다면 애써 취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자기한테 편한 대로, 자기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대로만 하면 됩니다. 흔히 남성성이라 불리는 특징들이 거북하다고 해서 온전한 남성이 아닌 게 아니니 부디 불안해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