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자꾸만 성기 주변에서 냄새가 나요. 어떻게 하면 그 냄새를 없앨 수 있죠?
[답변]
그림 출처: 나량림(1996) 「올바른 성생활을 위한 105가지 의문점」 문학과 현실사
손가락으로 성기 그림을 따라가 보세요! 보이시죠? 질은 음순에서 자궁 경부까지 뻗어 있는 회랑입니다. 점막과 근육과 섬유조직으로 붉은 벨벳 옷을 입은 아늑한 동굴이죠.
질에는 난관, 내막액, 질의 분비샘에서 나오는 점액과 유산균 및 대사산물, 떨어져 나온 세포들이 혼합되어 늘 흐르고 있습니다. 질액은 알부민, 백혈구 약간, 질과 자궁경부를 매끄럽게 윤나게 하는 뮤신으로 이루어진 깨끗한 액체에요. 이런 질 분비액의 양과 성질은 배란기에 늘어났다가 생리가 끝나면 줄어들기를 반복하구요.
흔히 알려진 것처럼 질은 병적이고 질척한 분비물로 가득 찬 더러운 곳이라는 관념은 아주 잘못된 것입니다. 건강한 질은 입 속보다 훨씬 깨끗하며 안정적인 생태계 연못과도 같아요. 유익한 유산균(락토바실루스)이 나쁜 세균을 몰아내서 질의 생태계를 안정시키고 유해한 미생물을 막는 살균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질액은 요구르트처럼 순수하고 깨끗합니다. 냄새와 맛은 약간 시큼하고 수소이온농도(pH) 4.5 이하로 적포도주와 비슷한 산성입니다. 블랙 커피보다는 좀 시고 레몬보다는 덜 시죠.^^ 왜 그런 걸까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질에서 분비되는 유산균은 살균제 역할을 하기 위해 산도를 유지하거든요. 그리고 그 산도가 보통 식초의 세배쯤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니 약간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하죠! 그것은 오히려 건강하다는 증거랍니다.
간혹 여성의 성기에 대해 아무런 지식도 없는 이들이 여성의 성기에서 나는 냄새가 성병 때문이네, 불결한 관리 때문이네, 하며 뒷물을 자주 하라는 무지하고 위험한 발언을 합니다만,
질 속은 안정적인 생태계이다 보니 함부로 세척하면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낳습니다. 깨끗해지려고 애쓰다가 유익한 세균을 죽여서 더 엉망으로 망치니 질 세척을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하루에 한번 정도 미지근한 물로 외음부만 씻는 것이 청결을 유지하고 성병을 예방하는 데에도 좋아요.
비교하자면, 남성의 음경은 소변과 정액이 한 통로를 쓰고 있어도 더럽고 불결하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지요. 질은 요도와 엄연히 분리되어 있고 요구르트처럼 이미 깨끗한데도 부정적인 생각을 심어준 게 누굴까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자연스럽게 생각하세요.^^
*참고문헌
이유명호(2004)「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웅진씽크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