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애주의가 왜 문제인가요?
먼저, 이성애와 이성애주의는 다르다는 것부터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이성애주의란 오로지 이성애만이 정상적인 것이고 옳은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이성애자라고 해서 모두 이성애주의자인 것은 아닙니다. 이성애 자체를 문제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이성애주의가 문제라는 것이에요.
이성애주의가 문제인 이유는 이성애주의는 이성애만이 정상이고 옳은 것이라고 보고, 동성애를 그릇된 것,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하여 동성애자를 억압하고 차별하기 때문이지요. 또한 모든 이들에게 이성애적인 질서를 강요하며 사람들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침해하기 때문이에요. 이성애적 질서란, 이성애를 통해 여성과 남성이 인연을 맺고, 혼인 제도로서 이를 공고화하며, 그 안에서 출산과 양육의 과정이 이루어지는 이른바 가부장적 가족체계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성애주의는 여성과 남성의 성별 분리를 강화시킵니다. 여성의 역할, 남성의 역할을 나누고, 여성과 남성 간 위계를 만들지요. 여성주의적인 관점에서는 이성애주의가 낭만적인 사랑의 이데올로기를 통해 여성으로 하여금 남성에게 의존적인 생활을 하도록 만들고, 혼인을 통해 남성에게 종속시킨다고 비판합니다. 또 동성 간의 사랑이나 친밀감, 유대관계를 배제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보지요.
이성 간의 사랑에 대한 신비화, 혼인을 통한 여성과 남성의 결합,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출산과 양육 등은 보편적인 삶의 형태라고 생각되곤 하지만, 사실은 어느 시대에나 같은 방식으로 존재해왔던 것이 아니지요. 현재와 같은 결혼과 가족제도는 서구 근대에 이르러 등장한 것입니다. 이성과 사랑을 하고, 특정한 나이 대에 결혼을 하며, 결혼한 관계에서만 출산을 하고, 부부가 양육을 담당하는 가족제도가 인간의 절대적인 삶의 방식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에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이성애주의는 아주 견고하기 때문에 이성애주의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이성애만이 아름답고 정당하며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믿음은 영화, 드라마, 소설 등에 의해 널리 퍼지고 있죠. 대중매체를 통해 사람들은 낭만적인 이성애에 감동을 받고 매료 당합니다. 이성과의 사랑이야말로 개인을 행복하게 하며, 법적으로 가족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그러한 사랑의 완벽한 결실을 맺는 거라고 믿지요.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이성과 사랑하지 않거나 결혼하지 않으면 삶이 불행해지고 완전하지 못하다고 여기게 됩니다.
그러나 누군가를 좋아하고 누군가에게 매료되는 감정은, 그 상대가 동성이든 이성이든 소중하고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교제기간이 길었다거나, 사회적으로 인정 받는 교제라거나, 상대와 합법적으로 가족을 이루었다는 이유로, 그 관계가 더 좋은 것이라고 말할 수 없죠. 또한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교제관계에 있지 않다고 해서, 그 사람이 불행하며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볼 수도 없어요. 삶이란, 사람에 따라서 연인 혹은 배우자와의 사랑뿐 아니라 다른 여러 요소와 조건들로 채워질 수 있는 것이니까요.
대부분 이성애자들은 자신이 이성애자라는 점조차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자신이, 타인의 사랑 없이도 있는 그대로 소중하고 의미 있는 존재라는 점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이 세상은 이성애만이 옳고 절대적이라고 가르쳐왔으니까요. 동성애자뿐 아니라 이성애자에게도 불행한 일입니다. 자기 안에 있는 여러 가능성을 바라보지 못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이성애주의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발견하고 성장시켜 나아갈 계기를 빼앗습니다. 이성애주의는 자신을 탐색할 기회, 동성과 이성 사이에서 발생하는 유대감과 친밀한 관계의 경험을 자신 안에서 의미 있게 통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합니다. 그러므로 이 방해물을 넘어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런 방식의 관계를 맺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 경험들을 바탕으로,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태도를 가지고 내린 결정과 선택은 반드시 존중 받아야 하고요.
이성애주의는 우리 생활 곳곳에서 드러나고 우리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모두를 통제하면서 힘들게 하죠. 특히 동성애자에 대한 그릇된 편견과 차별을 강화시키는 이성애주의를 깨어나가고자 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