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만큼 확신이 들 때 의료적 조치를 선택하면 좋나요?
자신이 트랜스젠더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가 의료적 조치를 취하는가의 여부와 반드시 직결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트랜스젠더가 아닌 경우, 혹은 트랜스젠더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활동의 불편함 때문에 혹은 신체의 이른바 여성적 특징을 줄이기 위해서 가슴 축소/제거 수술 등의 의료적 조치를 받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트랜스젠더라는 확신이 든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의료적 조치를 선택해야만 하는 것 역시 아닙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성별정체성을 탐색해 보세요. 자기가 인식하는 성별에 따라 살아가는 삶의 밑그림을 그려 나가는 과정에서 의료적 조치도 함께 고민하면 됩니다. 언제 어떻게 얼만큼 할 것인가에 대해 말이지요.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결정해 나가시기를 권합니다. 자신의 성별에 적합한 몸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렇다면 그와 같은 몸으로 변화하기를 원하는지, 유독 불편하게 느껴지는 몸의 특징은 무엇인지, 호르몬 처방만으로도 스스로 만족스러울 만큼 변화할 수 있을지, 수술을 한다면 무슨 수술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어느 단계의 트랜지션 까지가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가능한 상황인지, 비용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 계획을 세우세요. 꼭 모든 의료적 조치를 한꺼번에 받아야 하는 건 아니므로 필요성이나 경제 사정 등을 고려하여 언제 어떤 과정까지 진행할 것인가를 단계적으로 결정해도 좋습니다.
본인이 느끼는 몸의 부대낌으로 인해 의료적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는 경우가 있는 한편 사회적/법적 환경 때문에 의료적 조치를 거의 강제 받다시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법적 성별정정을 하고자 할 때 여전히 필수적으로 의료적 조치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 현재 한국 사회의 안타까운 실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