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애인과의 동거생활을 잘 꾸릴 수 있을까요?
애인과의 동거란 서로 상대방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바나 그간 갖고 있던 기대치를 모두 다시 조율하게 하는 새로운 단계의 관계 맺기 입니다. 각자 자기 습관대로 살아온 두 사람이 하나의 공간을 나눠 쓰면서 생활을 공유하자면, 거기서 비롯될 현실적인 문제들을 터놓고 이야기하며 끈질기게 맞춰나갈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생활비며 집안일 분담 같은 살림 이야기부터 두 사람의 관계를 이웃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까지, 나눠야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하다못해 목욕탕 사용 후 뒤처리 방식이나 재활용의 구체적인 요령 같은 일상 생활의 영역도 전혀 사소하지 않지요. 상대방의 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 거슬리기 시작하는데 나아가 그 점에 대해 제대로 의사소통마저 되지 않으면 아무리 처음에는 사소해 보이는 일이라도 궁극적으로는 큰 싸움이 되기 마련입니다. 각자의 가족이나 친구가 두 사람이 사는 집에 방문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서로 상처만 주고받게 됩니다.
아무리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 하더라도 근본적으로는 타인인 두 사람이 공동생활을 하는 데서 갈등은 당연히 생기는 법입니다. 이때 이를 피하는 게 상책이 아닙니다. 다툼이라도 필요하다면 해야 합니다. 다만 잘 하는 게 중요하지요. 단순히 다투기 위해서 다투기보다 상황을 개선할 목적으로, 둘이 더 잘 같이 지내보자는 공통의 의지를 기반으로 그렇게 다퉈야 합니다. 동거를 시작할 때 아예 서로 지켜야 할 사항들을 목록으로 만들어 항상 되짚어보며 생활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 목록은 둘의 필요에 따라 의논하고 싸워가며 언제든 수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동거란 주거를 공유하고 함께 생활하는 삶을 뜻하지만 반드시 모든 걸 언제나 같이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같은 공간에서 살기 때문에 이따금씩 이나마 각자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의식적으로라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오히려 더 커지기도 합니다. 이런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그리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남들보다 이런 시간을 좀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집안의 한정된 공간이나마 각자 자기만의 자리를 갖고 혼자 있을 수 있게 배치한다던가, 정기적으로 번갈아 가며 각자 몇 시간씩 만이라도 집에 혼자 있도록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조율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둘이 다투었을 때는 어떻게 떨어져 있다가 언제 다시 만나자는 규칙도 평소에 미리 정해두면 좋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서만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게 느껴지면 도움을 청하세요. 저희 상담소 같은 단체를 찾아 고민을 털어놓으셔도 되고 가까운 이반 커플에게 조언을 구해도 좋습니다. 제삼자의 시선은 때로 관계에 매몰돼 있던 두 사람은 미처 살피지 못했던 지점을 선명하게 보게 해 주기도 하니까요. 연인 사이의 갈등이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닙니다. 둘 만의 힘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그러면 이때는 도움을 요청하는 게 도리어 용감한 행동입니다. 문제를 묵혀서 악화시키기보다는 해결을 해 보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표명인 셈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