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을 사랑하지만 성욕도 없고 성관계도 싫은데 저는 무성애자인가요?

애인을 사랑하지만 성욕도 없고 성관계도 싫은데 저는 무성애자인가요?
 
애인이 있고 그 애인을 사랑하지만 이 사람에게 성욕도 생기지 않고 성관계도 싫다면 이는 크게 두 가지로 달리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본래 성욕 자체가 없고 성관계가 싫으며 애인과의 관계에서도 그러한 평소의 경향성이 이어지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라면 스스로를 무성애자라 생각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둘째, 본래 그렇지는 않지만 어떤 이유에서인가 지금 애인과의 관계에서 성적인 자극을 못 받고 심지어 성관계가 싫기까지 한 경우입니다. 이런 사정이라면 두 사람의 관계를 여러모로 점검하여 내가 지금 관계에서 유독 무성애적인 성향을 띠게 된 까닭을 살펴 볼 필요가 있을지 모릅니다.

물론 애초에 무성애자인 경우든 현재 관계에서만 무성애적인 성향을 갖게 되었든, 내 쪽에서 성욕을 느끼지 않고 성관계를 싫어하는 게 두 사람 관계에 아무런 타격도 입히지 않는다면, 즉, 성적인 접촉 없이도 연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 굳이 원인을 살필 필요가 없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서 꼭 성관계를 가져야만 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연인간에 성욕을 느끼지 않고 성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두 사람 관계에 무슨 문제가 있음을 뜻하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무성애자는 아주 넓게 말하자면 성욕을 전혀 느끼지 않거나 거의 느끼지 않는 사람 전반을 가리키고, 그보다 조금 좁혀 말하자면 성욕 자체는 이따금 느끼더라도 그것이 타인을 향하는 경우는 전혀 없거나 거의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범주입니다. 성욕뿐 아니라 연애 감정도 안 느끼는 무성애자가 존재하는 한편 성욕은 안 느끼지만 연애 감정은 느끼는 무성애자도 존재합니다. 하기에 동성애자, 양성애자, 이성애자를 막론하고 무성애자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성욕을 전혀 느끼지 않기 때문에 성관계도 절대로 맺지 않는 무성애자도 존재하지만 성욕을 전혀 느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기꺼이 특정한 타인과 성관계를 나누는 무성애자도 적지 않습니다. 즉, 무성애자가 느끼는 끌림과 욕망의 정도나 그에 따른 행위 방식은 저마다 다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무성애자마다 무성애를 설명하는 방식도 당연히 다 다르겠지요.

성욕이 없고 성관계가 싫다는 사실이 자기 자신을 구성하는 결정적인 요소라면 스스로를 무성애자라고 이름 붙이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성욕이 없고 성관계가 싫다는 사실 자체가 본인한테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그 점에 근거해 나한테 또 하나의 정체성을 부과할 필요는 없습니다. 굳이 무성애자다 아니다 구분하여 이름 붙이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본인을 무성애자라 이름 붙이든 그렇지 않든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사랑의 형태를 있는 그대로 긍정해 주기를 바랍니다. 육체적인 욕망 없이 정신적 쾌락을 추구하는 플라토닉 사랑(Platonic Love)도 그 자체로 충분히 유의미한 사랑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