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성소수자 향한 그 유해한 시선, 거두시오!
<선암여고 탐정단> 이라고, KBS드라마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에 이어 작가가 레즈비언 상담사례를 열심히 읽어봤나 싶은 JTBC드라마가 얼마 전 종영을 했습니다. 무려 2화에 걸쳐 레즈비언 커플이 등장! 성적지향으로 인한 학교 내 왕따 문제를 조명한 것이지요. 방송이 나간 후 커뮤니티에선 “여자가 아니라 그 애를 사랑하는 거야..” 하는 대사에서부터 요즘 동성애자를 너무 진부하게 그렸다는 평이 오가기도 하는데요, 한편에는 첨보는 여고생 키스신에 꽂힌 나머지 대뜸 방송심의에까지 올려버린 어르신들도 계십니다. 방송심의규정 제25조(윤리성) 1항, 제27조(품위유지) 5호, 제28조(건전성), 제35조(성표현) 1·2항, 제43조(어린이 및 청소년의 정서함양) 1항… 아이고..이만큼 또 진부한 게 없죠?
드라마, 영화 등에 동성애자가 등장할 때마다 심의기관의 근거 없는 참견은 반복돼 왔습니다. 일부 심의위원들은 성소수자 인권 보장의 흐름 정도는 안다는 듯이 “동성애 자체는 문제가 안된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결국 동성간 키스신은, 특히나 여고생 키스신이 유난히 혐오스럽고 부도덕하니 옳지 못하단 결론에 이르면서 정체를 드러냅니다. 동성애자는 동성애자가 아니어 보여야만 한다는 겁니다.
<선암여고 탐정단>은 한국에서 방송 소재로는 여전히 터부시되는 청소년 성소수자, 그것도 여성 성소수자의 삶과 학교생활에서의 고충을 나름 현실적으로 담아내려 애쓴 듯 보입니다. 자긍심 충만해진 언니들이 보기엔 그저 옛날 얘기만 같아도, 여전히 상담소에 들어오는 단골 사례기도 합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친구들한테 왕따나 괴롭힘을 당하면 교사한테도 문제아로 낙인찍히고 ‘이성애자 되기’ 훈련까지 받곤 합니다. 이마저도 안되겠으면 전학 가라며 쫓겨나다시피 하기도 하고요. 학교 내 동성애혐오성 괴롭힘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떠올랐지만 한국의 학교에선 청소년 성소수자나 이들의 교사, 주변인들에 대한 공식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교과서에서조차 동성애자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고요. 이런 현실에선 여전히 “여자가 아니라 그 애를 사랑..” 하게 될 수 밖에요. 그래야 동성애자란 낙인도 피할 수 있고, 아무도 지지하고 존중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당연히 찾아올 수 밖에 없는 자기혐오도 맞닥뜨리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자 그래도…그 애를 사랑하는 마음까지 속일 수는 없었으니, 갈등과 두려움을 한 순간에 진정시켜주는 키스도 또 너무나 현실적이지 않은가요. 이 때 안타까운 눈물 한 방울 안 떨어질 수 있나요. 방심위가 이런 드라마를 보며 고작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해석밖에 하지 못한다면 방심위는 정말 중징계감입니다.
동성간이든 이성간이든 청소년들의 성적 행위가 15세 청소년들 보기에 과도했는지 여부를 심의할 순 있겠구나…싶습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여전히 문젭니다. 중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그렇지 연애도 하고 키스도 하고 섹스도 하니 이로 인한 고민도 갈등도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 연애도 잘 못하는 활동가가 끙끙대며 어떤 조언이라도 해주려고 머리 쥐어짜는 날도 그만큼 많다는 거죠!) 이것이 상담하며 마주하는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모로 좀 보고 참고도 하면서 타인을 이해하는 방식, 관계 맺는 방식도 고민하며 성숙할 기회를 주어야죠. 키스신은 상황에 따라 이들의 감정선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판단하는 제작진의 몫으로 두고요.
동성간 키스신 1분이 혐오스럽냐 아니냐 따지는 와중에..계속되고 있을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죽음이야말로 한국사회를 향한 '경고'입니다. 방심위는 청소년, 그리고 성소수자를 향한 그 유해한 시선을 거두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