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관련범죄사건지원여성연대 발족선언문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의 존재가 드러나게 되면서, 더 큰 폭력과 범죄의 위협에 노출되게 되었다. 성소수자들은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커다란 차별, 폭력을 경험하고 있다. 성소수자임이 알려졌을 때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거나 퇴학을 당하고, 가족들과 친구들로부터 외면당한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대부분의 성소수자들은 자신들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알려질 까봐 두려워한다.
따라서 성소수자들은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커다란 범죄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때문에 일어나는 혐오범죄, 아우팅 협박을 매개로 한 폭력, 금품갈취 등이 대표적 범죄이다. 실제로 많은 수의 성소수자는 ‘성소수자임을 폭로하겠다’는 것을 빌미로 하여 협박, 폭력, 금품갈취 등을 당하고 있다. 성소수자들은 자신이 성소수자임이 드러났을 때 겪게 될 사회적 차별, 폭력이 두려워 신고조차 하지 못한다. 또한 신고를 하고 싶어도 제대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신고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또한 여성성소수자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욱 큰 범죄의 피해를 입고 있다. 여성성소수자들은 사회적으로 억압을 겪는 성소수자, 그리고 여성이기 때문에 범죄 대상이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기 때문이다. 여성성소수자들은 가해자로부터 계획적이고 지속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피해를 입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여성성소수자들은 피해의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
지난 2004년 9월, 인천 지역에서 고등학교 교사인 김 모씨가 프리랜서 기자를 사칭하여 청소년 레즈비언들을 협박하다가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그는 청소년 레즈비언을 대상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을 빌미로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아웃팅 협박을 하며 수 차례 불필요한 만남을 요구하는 등, 당사자인 청소년 레즈비언들이 일상 생활에 커다란 제약을 받을 만큼 그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물론 이전에서 아우팅협박을 매개로 한 각종 성소수자대상 범죄가 있어왔다. 그러나 이 사건은 피해자가 여러 명 연쇄적으로 생겨났다는 점에서 여성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아웃팅 관련 범죄가 점점 더 심각한 수준으로 나아갈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이러한 정황들은 한국 사회에서 숨죽이고 살아가는 여성성소수자들로 하여금 보다 더 큰 공포에 시달리게 할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여성동성애자인권운동진영에도 무거운 책임을 안겨준다. 따라서 <레즈비언인권연구소>,<부산여성성적소수자인권센터>,<이화레즈비언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각종 범죄를 근절하고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성소수자관련범죄사건지원여성연대>(이하 사건지원여성연대>를 결성하였다.
1) 우리는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일어나는 각종 혐오범죄를 근절하고, 이의 예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리의 활동은 성소수자가 처한 억압적 상황을 이용하여 일어나는 모든 범죄를 근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는 이의 예방을 위해 범죄 피해사례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범죄 유형별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범죄 피해예방을 위해 커뮤니티 안에서 캠페인을 벌여나갈 것이다. 범죄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커뮤니티에 정보를 제공하고 발 빠른 대응을 통해 명확한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다.
2) 우리는 성소수자 대상 범죄의 피해자를 지원하고, 적극적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우리는 성소수자 대상 범죄의 피해자들이 원할 경우, 아낌없는 지원과 적절한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다. 우리는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피해자가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없는 현실에 통감한다. 우리는 피해의 정도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해결책을 피해자와 함께 모색할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갈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제공할 것이다.
3) 우리는 대 동성애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국가에 촉구할 것이다.
현재 성소수자 대상 범죄와 관련한 법 제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성소수자들이 처해 있는 특수한 현실에 맞는 인권 보장 법안이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장 필요한 것 중 하나는 형사 사법 절차상에서의 동성애자 인권 보호이다. 무수한 동성애자들이 현행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종류의 여러 가지 피해를 입으면서도 사건 신고 및 처리 과정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이 드러나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하여 피해를 신고조차 하지 못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찰, 검찰 및 법원에 대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사건 담당자들의 편견 섞인 언행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또한 절차 전반에 거쳐 피해자인 동성애자들의 신변 보장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촉구할 것이다.
2005년 7월 5일 성소수자관련범죄사건지원여성연대
레즈비언인권연구소, 부산여성성적소수자인권센터, 이화레즈비언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