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3일 문화방송(MBC) 뉴스투데이 “이반 문화 확산”이라는 보도에 대해 15개 단체가 문제를 지적하고 18일까지 공개 사과 요구를 하였다. 현재 MBC 뉴스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반문화 확산’ 보도의 동성애 혐오와 무지에 분노하는 글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측은 사과는 커녕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MBC 측은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음을 드러내는, 문제가 된 보도의 일부분만 인터넷 다시보기에서 삭제했을 뿐, 시종일관 묵묵부답의 자세만 유지하고 있다.
적반하장 격으로, 7월 14일자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MBC 관계자는 그 방송을 “청소년 동성애자를 탈선한 청소년으로 취급한 바가 전혀 없다‘며 ‘동성애에 대한 가치평가 없이 중립적으로 보도했다’고 밝혔다. 또한 “관련 현상에 대해 동성애 성향이 아니라 청소년기 일시적 현상이라는 전문가 분석을 인터뷰로 실었다”며 “그런 현상이 좋다거나 나쁘다는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연합뉴스 측에 밝힌 MBC 관계자의 설명은 해당 뉴스 제작진의 동성애에 대한, 그리고 한국 성소수자들의 현실에 대한 무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이다. 이미 지난 성명서를 통해 그 방송이 얼마나 동성애 혐오적 이었는지를 조목조목 지적했음에도 MBC 측은 전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가치 중립적 보도’이란 허울로 문제를 외면하려는 MBC에 분노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아울러 우리는 본 보도를 제작한 외주제작업체 ‘시스템비전’의 무지하고 반인권적 보도 제작 행태와 더불어 외주제작업체에 대한 검증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MBC의 무책임을 규탄한다.
1. 문제가 된 보도에서 ‘이반’이란 단어 대신 ‘동성애’ 라는 단어로 바꾸었을 때에도 가치평가 없는 중립적인 보도라 발뺌할 수 있는가?
방송 첫 머리부터 ‘이반'(이성애를 ‘일반’적인 것으로 보는 사회에서 동성애자인 자신을 긍정하기 위해 만든 용어)이란 단어에 대해 ‘이성에 반대한다’는 식의 자의적인 정의를 내리는 등 무지를 드러내던 MBC 측은 방송 내내 시종일관 청소년 동성애자들의 존재를 ‘일시적인’ 현상이며 심지어 ‘잘못된 유행’이라는 태도를 고수하였다. “전(前) 이반 소속 여중/고생”이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이반이 일종의 비행조직인양 묘사하고, 또한 ‘이반’이었음을 후회하는 학생들을 마치 죄인인양 묘사하며 인터뷰를 내보내는 등에서 동성애는 잘못된 것으로 간주하는 MBC의 편견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만약 “동성애 문화 확산”이란 제목을 들고 “전 동성애 소속”이란 표현을 쓰며 방송을 했다면 동성애에 대한 가치평가 없이 중립적인 보도라 발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뿐만 아니라 동성애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만든 인권 포스터를 두고 ‘버젓이 붙어 있다’고 표현하고 포탈 사이트 검색에서 ‘이반’이 금칙어나 성인인증 단어에서 빠진 것을 두고 “일반학생들마저 동성애적 성향에 무감각해지”게 만든다고 보도하였다. 이는 동성애가 사회에 드러나서는 안되는, 혐오적인 존재로 묘사한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2. 보도에 나온 전문가 분석은 동성애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줄 뿐이다.
MBC측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관련현상에 대해 동성애 성향이 아니라 청소년기 일시적 현상이라는 전문가 분석을 인터뷰로 실었다”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학계에서 한 개인이나 집단이 ‘정말로’ 동성애 성향을 가졌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이른바 ‘기준’들을 세우려는 노력은 지난 백여년간 무위로 그쳐 왔다. 한 개인이 동성애자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주체는 오직 본인밖에 없으며, 이는 인간으로서 고유하게 가져야 할 성적 자기 결정권에 해당한다. 청소년들 역시 자신들의 성적인 느낌과 감정에 충실하게 스스로를 이해하고 적절한 정보를 제공받아 본인의 판단에 의해 결정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MBC 보도의 전문가 인터뷰는 이러한 청소년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무시하고 ‘또래 집단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청소년의 대부분의 권리가 무시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청소년의 성적 자기 결정권은 더더욱 무시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성소수자 청소년들은 지속적으로 고립되고 있으며 자신들의 고민 상담을 또래 모임에게만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MBC 보도는 이러한 현실에서 청소년 동성애자들의 존재를 ‘일시적인 것’으로 다시 한번 낙인을 찍고 있다.
3. 보도로 인해 실제로 피해자들이 양산되고 있는데도 사과방송을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실제로 성인전용인 레즈비언 바를 마치 범죄현장인양 잠입취재하여 10대 전용 업소로 탈바꿈시켜 보도하고, 수많은 10대 여성들의 얼굴을 노출시켜 아웃팅 및 명예훼손 위협에 빠뜨렸을 뿐 아니라, 10대 여성 이반 까페에 몰래 들어가 허락없이 개제된 사진을 촬영하여 방송에 내보내 놓고도, MBC 측은 아직 아무런 사과를 하고 있지 않다. 실제로 아웃팅의 위협에 놓여 인권단체 측에 상담을 요청해 오는 10대 이반들도 적지 않다. 방송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윤리마저 저 버린채 인권침해를 자행했음에도 조금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동성애자들을 사회에서 접해서는 안 되는 유해한 집단으로 묘사하고, 청소년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그릇된 유행으로, 죄인으로 묘사한 보도행태에 수많은 한국 성소수자들이 분노와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번 보도로 인해 학교에서는 다시 한번 ‘청소년 성소수자 단속’을 벌일 것이고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또 다시 자신의 존재를 교사와 학부모들에 의해 ‘검열’당하게 될 것이 뻔하다. 이번 보도가 몰고 올 파장에 대해 조금도 심사숙고하지 않고 아무런 대책도 취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뉴스투데이 보도 직후 즉각적인 사과와 이후 대책을 요구했음에도 이를 수용하지 않은 MBC 측의 태도를 규탄하고 반성을 촉구한다. 7월 25일 기자회견을 통해서 우리의 요구를 다시 한번 천명하며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명예훼손 소송,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시정권고 청구, 국정감사에서의 사회적 약자 를 위한 인권보도의 제도적 마련 등 법 제도적 투쟁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다.
하나, MBC는 동성애자 차별을 조장하고, 동성애에 대한 왜곡된 정보와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10대 동성애자들의 신변을 위협한 반인권적 보도에 대해 방송을 통해 공개 사과하라!
하나, MBC는 해당 제작진과 취재진을 징계하라!
하나, MBC는 해당 프로그램으로 인해 동성애자들이 더 이상 신변을 위협 받지 않도록, 온라인을 통한 본 방송의 유포를 당장 중단하라!
하나, MBC는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임직원 모두에 대해 ‘동성애 인권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라!
하나, MBC는 동성애자 관련 인권보도지침을 마련하라!
2005년 7월 25일
-MBC뉴스투데이 10대이반 관련 허위보도 대응을 위한 범 인권 시민 성소수자 단체-
MBC 뉴스투데이 10대 이반 관련 허위보도 대응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남성이반포탈사이트 이반시티, 동성애자인권연대, 레즈비언인권연구소,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성소수자모임 붉은 이반, 부산여성성적소수자인권센터,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 에이즈 인권모임 나누리+, 여성이반바 레스보스, 여성이반바 마녀, 여성이반클럽 LAVA, 여성이반포털사이트 티지넷, 이화레즈비언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제8회 청소년 동성애자 인권학교 기획단, 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 청소년 성소수자 모임 ‘ AnyFren’, L 인권단체를 준비하는 새싹 2005, 2005 여름 동성애자인권캠프 준비단),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다름으로닮은여성연대, 다산인권센터,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부문위원회(여성위원회, 청소년위원회, 장애인위원회, 문화예술위원회), 노들장애인야학, 다함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위원회,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언니네트워크, 여성이반 문화웹진 L Zine, 여성주의저널 일다,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전쟁을반대하는여성연대WAW,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소년 다함께, 페미니스트저널 이프, 한국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