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7회 대구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를 축하합니다.
2009년 1회를 시작으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진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올해 7회를 맞았습니다. 지난 1일 “김민수의 퀴어한 사진첩 전시”가 축제의 서막을 열었고 이제 오늘 드디어 “자긍심의 행진”입니다. 동성로 대구백화점 일대를 무지개 깃발이 수놓을 것입니다. 무지갯빛처럼 선명하고 다채로운 색깔의 성소수자가 기쁜 얼굴로 당당하게 광장을 메우고 이 킬로미터에 육박하는 거리를 행진할 것입니다.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수많은 퀴어 한 명 한 명이 숨김없이 거침없이 대구시를 성소수자의 공간으로 누릴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한층 기승을 부리는 보수 개신교 성소수자 혐오 세력의 방해 공작에도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욱 결의에 넘쳐 밝고 힘찬 분위기로 축제를 준비해왔지요. 중구청의 야외무대 사용 금지와 대구지방경찰청의 옥외집회 불허 결정이라는 걸림돌에도 조직위원회는 좌절을 몰랐습니다. 축제가 마땅히 지녀 온 합법적 지위를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는 대구지방법원의 결정을 끝끝내 이끌어 내고 말았습니다. 대구 일대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생활하는 여러 성소수자와 지지자의 존재를 긍정하고 드러내는 소중한 장을 멋지게 지켜 냈습니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활동가 분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국내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성격과 규모의 성소수자 운동이 이루어져 왔지만 그럼에도 성소수자 운동과 문화를 위한 자원은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성소수자를 위해, 성소수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행사 자체가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매우 드문 편입니다.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가 스스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 필요한 자원에 대한 접근성이 전국적으로 큰 편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만날 기회를 공평히 갖고 있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이기에 대구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이렇게 칠 년째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입니다. 대구 및 근방의 성소수자들이 자기가 혼자가 아님을 아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본인이 사는 지역에서 퀴어문화축제를 열어 보고자 하는 다른 비수도권 지역의 성소수자들에게 귀한 영감을 선사할 것입니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참가자 모두 온종일 마음껏 웃고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혹여 어떤 감정에서든 복받쳐 눈물이 나더라도 다른 데서는 보기 힘든 다정함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충만한 마음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후 내내 퀴어 에너지를 실컷 분출하고, 분출한 것 이상의 새로운 기운을 마음 속에 가득 품은 채 집으로 돌아가면 좋겠습니다. 퍼레이드뿐 아니라 10일(금)까지 이어질 사진전, 11일(토)-12일(일) 양일간 진행되는 “퀴어영화제,” 17일(금)부터 19일(일)까지 사흘간 이루어지는 “퀴어연극제” 하나하나 무사히 성황리에 마치기를 기원합니다.
한국 성소수자 운동사의 중요한 한 획을 오늘 이렇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긋습니다. 힘찬 획입니다. 대구가 길이길이 자랑스러워 해야 할 날입니다. 다시 한 번 “자긍심의 행진”을 축하합니다.
2015년 7월 5일
한국레즈비언상담소
2015년 7회 대구퀴어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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