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뿌리깊은 성차별 구조에 분노하며 피해자와 연대한다

뿌리깊은 성차별 구조에 분노하며 피해자와 연대한다
–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함께 할 것이다
– 서울시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하 ‘박 전 시장’)이 사망했다. 성추행으로 고소가 이루어진 다음날이었다. 그의 사망은 시민들에게 더 큰 충격을 안겼다. 광역인권조례 제정, 젠더특보 설치, 최초의 성희롱 사건 변론 등 그는 성평등에 대한 감각이 있고 그가 이끄는 지자체는 그런 문화일거라 믿었다. 그러나 또 한 번 깨닫는다. 성폭력은 악한 개인의 성품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철저한 위계가 존재하고 성차별 문화가 만연한 환경은 권력을 가진 이들의 성폭력을 방조하고 피해자의 입을 막고 궁지에 몰았다.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는 모욕과 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를 보호하고 그의 호소의 진상을 밝히고 가해자뿐 아니라 그간의 호소를 무마시킨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잘못한 이들을 징계하는 것으로 후속대책이 멈춰서는 안된다. 공직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적 문화, 잘 구축되었다고 믿었던 시스템의 진단과 개선까지 나아가야 한다. 서울시는 이후 대처로 반성과 성찰을 시민들에게 증명하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성희롱이 차별의 한 유형에 포함되어야함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직장 내 성희롱은 성차별적 구조에서 발생하는 차별과 폭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을 사적인 논란, 조그만 흠결로 치부하고 피해자의 호소를 덮으려는 이들을 우리는 강력히 규탄한다.

뿌리깊은 성차별의 구조는 박 전 시장에 대한 대규모의 공적 추모에서도 드러난다. 공과 과를 분리해야 한다 주장하며 정치인과 사회적 명망가들이 참여한 서울특별시장(葬)은 개인적 애도를 넘어, 추모-애도 역시 차별적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드러낸다. 지금 피해자의 곁에 서서 함께 분노하는 이들은 이러한 차별의 구조에 맞서고 있는 것이다. 차별에 반대하고 평등과 존엄을 이야기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가.

피해자와 함께 분노하고 연대하며 다시금 이 사회에 필요한 것이 평등한 문화라고 실감한다. 피해자가 안전한 삶과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피해자의 용기 있는 고발에 함께 할 것이다.

2020년 7월 16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