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들은 가족을 붕괴시키고 사회질서를 교란시키는 사람들이라면서요?
제도든 질서든 모두 사람들을 위해 생겨난 것이죠. 또한 사람들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사람들은 제도와 법과 같은 것을 저 위의 높은 사람들이 결정짓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고정불변의 것들로 막연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다시 생각해 보면 분명 우리 각각의 의견을 반영하게 할 권리가 모두에게 있는데 말이지요.
지금의 가족제도는 오로지 혈연중심의, 혼인이라는 법적 계약을 중심으로 맺어진 이성애자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을 ‘정상가족’ 또는 ‘건강가족’이라고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입니다. 그 테두리 안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을 차별하고 억압하니까요.
부모 양친이 없다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차별을 받는 아이들, 아이를 키우고 싶어도 결혼하지 않았기 때문에 입양할 권리가 없는 사람들, 사랑하는 관계를 통해 가정을 이루고 싶어도 동성 간이라는 이유로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인정 받지 못하는 사람들, 자식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이혼 혹은 사별을 통해 한부모가 된 사람들, 결혼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독신자들 모두 불합리한 가족제도로 인해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 당하고 있지요.
때문에 동성애자 권리운동 진영뿐 아니라 여성운동, 인권운동 진영에서 가족제도의 차별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오고 있습니다. 동성애자를 비롯해서 ‘정상가족’ 중심의 현 가족제도로부터 비껴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사회질서를 교란시키고 가족을 붕괴시키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현 제도로 인해 권리를 침해 받고 있는 피해자입니다. 가족제도를 비롯해 사회의 많은 제도들이 사회구성원의 평등하게 살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