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가 문란하기 때문에 동성 간 성폭력이 일어나는 거 아닌가요?

동성애자가 문란하기 때문에 동성 간 성폭력이 일어나는 거 아닌가요?
 
그 말대로라면 문란한 동성애자가 동성에게 집적거리는 것, 그게 바로 동성 간 성폭력이라는 뜻이 되는데요. 이는 동성애와 왕성한 성생활에 대한 편견에 다름 아닙니다. 동성애자라면 당연히 왕성한 성생활을 하리라는 전제도 오산이고, 왕성한 성생활 자체를 ‘문란하다’고 낙인 찍는 것도 부당합니다. 성관계에 전혀 관심 없는 동성애자가 부지기수입니다. 왕성한 성생활은 그게 남한테 피해만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아무런 문제될 게 없는 삶의 양식이고요. 게다가 성폭력은 성욕 자체와는 사실상 별 상관이 없습니다. 권력 관계의 작동이기 때문입니다. 이성 간에든 동성 간에든 권력 관계 속에서 성을 매개로 발생하는 가해 행위가 성폭력입니다.

예를 들어, 군대에서의 성폭력은 대개 남성 간 엄격한 상하 위계 질서를 바탕으로 발생합니다.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자신의 지위나 권력을 확인하는 수단으로써 가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골적인 동성애 혐오자가 가해자가 되고 동성애자가 피해자가 되는 경우 또한 적지 않습니다. 다른 예로, 한 공동체/동아리/커뮤니티 안에서 이미 지지기반을 단단히 확보한 사람이 적응하기 위해 쩔쩔매는 신입부원에게 성폭력을 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제 중이거나 동거하는 커플 사이에서도 물리적, 경제적 조건의 차이가 만드는 관계 내 위계를 바탕으로 성폭력이 발생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