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를 금지하는 법이 있나요?
세계적으로 동성애 자체를 금지하는 법이나 제도를 둔 곳들도 많았습니다. 독일 나치 시절에는 동성애자를 수용소에 가두기도 했고, 영국이나 미국의 몇몇 주에서 동성애금지법이 제정되기도 했죠. 동성애자임이 드러나면 처형을 당하고 감옥에 갇히던 무서운 시절이 있었지요.
동성애자를 핍박하던 오랜 역사를 지나, 현재에는 각국이 동성애를 금지하는 법이나 제도를 상당 부분 삭제하거나 수정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사람은 성별, 종교, 인종, 성정체성, 장애 등을 떠나서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보편적인 인권 개념이 확산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몇몇 국가 혹은 지역에서는, 성문법과 관습법 등을 통해 동성애 자체를 금지하고 처벌하고 있어요.
정책이나 법률상에서 동성애를 금지한다는 말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동성애자들이 차별로부터 자유롭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한국의 경우 '동성애금지법'이라고 명문화된 법은 없지만, 가족구성권이나 혼인의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죠. 몇년 전만 해도 동성애를 '청소년 유해매체' 심의기준으로 포함시켰고, 심지어 군법에선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규정이 현존하고 있답니다.
동성애를 '불법'이라고 명시하지 않았음에도, 우리 사회에선 동성애자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혔을 때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가족들의 손에 의해 정신병원에 보내지고, 강제로 연인과 이별하게 되고,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사람들에게 폭행 및 협박을 당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동성애를 법적으로 금지하거나 불법이라고 보고 있는 것은 아니고요. 2001년 제정된 국가인권위원회법은 각종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데요. "성적(性的) 지향"에 따른 차별의 범주에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포함시켰습니다. 형법은 아니지만, 우리 법에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해석할 수 있죠.
사회가 변화하려면 법과 제도부터 변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담소에서 봤을 땐, 동성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먼저 변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쉼없이, 꾸준히 말입니다. 법과 제도도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와 더불어 변화할 수 있는 것이고, 또 그렇게 되었을 때만이 법적, 제도적 효과를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