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는 선천적인가요, 후천적인가요?
동성애의 원인에 대해서 밝혀진 바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동안 동성애가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밝히려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왔지만 동성애가 선천적이라고 주장하는 입장도, 후천적이라고 주장하는 연구 결과도 동성애에 대한 편견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동성애의 원인을 호르몬 이상이라거나 뇌 문제 등의 선천적인 요인으로부터 찾으려는 입장은 동성애를 타고 태어나는 질병의 일종으로 가정하고 이를 고치려는 시도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한편, 동성애의 원인을 후천적인 요인에서 발견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남성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거나 여중, 여고 등 여자만 있는 공간에서 오래 생활한 여성이 레즈비언이 된다는 주장을 합니다. 이는 동성애가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증상이라거나 왜곡된 환경으로부터 일시적인 영향을 받아 생겨나는 것이기에 이러한 환경을 바꾼다면 동성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두 입장 모두 일차적으로 동성애가 병리적이며 이를 치료해야 한다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런데 동성애가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의 여부를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질문을 갖게 되는 이유를 질문해야 합니다. 어느 누구도 이성애의 원인이 무엇인지, 만약 원인이 존재한다면 선천적인 영향이 큰지 후천적인 요인이 더욱 중요한지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해보세요. 이와 달리 동성애의 원인을 발견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동성애가 문제적인 현상이라는 가정에 기반해 동성애의 원인을 밝혀 이를 고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한편, 동성애자인 당사자가 스스로를 동성애자로 이름 붙이기까지의 여러 개인적인 계기를 탐색하는 작업은 중요합니다. 자신이 무슨 계기로, 어떤 경험들을 통해 동성애자로 정체화 하게 되었는지 살펴보는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정체성을 더 잘 이해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때 자신의 성정체성이 선천적으로 타고났다고 느껴지는지, 후천적인 요인들에 의해 보다 영향을 받았는지 판단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각기 다릅니다. 저마다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각기 다른 원인을 떠올리고 다른 사연으로 설명하지요. 동성애란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에 대한 정해진 답이 있기 어려운 까닭입니다. 그러니 동성애에 대해 알고 싶다면 동성애의 일반적 원인을 파악하고자 하기보다는 동성애자 한 명 한 명의 경험에 귀 기울이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