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사랑과 연대가 승리했다. 동성배우자의 피부양자 지위 인정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논평] 사랑과 연대가 승리했다. 동성배우자의 피부양자 지위 인정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오늘 대법원은 동성 배우자에게 건강보험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만장일치로 확정했다. 판결을 환영하며, 4년 간의 싸움을 이어온 원고 부부와 오랜 시간 고된 싸움을 이어왔을 성소수자 모두에게 깊은 축하와 응원을 보낸다.

오늘의 승리는 앞으로의 승리를 당겨올 징검다리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법원은 이성 동반자와 달리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임을 확인했다. 또한 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며, “그 침해의 정도도 중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동성 커플이 지역가입자로서 겪게 되는 경제적 불이익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에서조차 그들의 관계가 인정받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이는 “더 이상 공적 영역에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은 설 자리가 없음”을 선언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재확인한 것이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정당화할 수 없는 명백한 ‘차별’임을 법적으로 분명하게 하였다.

물론 오늘의 판결은 사회보장제도로서의 건강보험의 피부양자 지위에 한한 것으로, 앞으로의 과제 또한 남아있다. 개별 사건에 관한 소송으로 차별을 해소하는 것은 제도적 안전망에서 이미 배제된 수많은 성소수자 가족을 다시금 지난한 투쟁으로 내모는 것과 다름 없다. 그렇기에 더 이상 성소수자 개개인이 외롭고 고된 싸움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동성혼 법제화를 비롯하여 성소수자 가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이미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동성 부부를 비롯한 성소수자 가족이 법제도의 바깥으로 내몰리지 않고 보다 안전하고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한국 정부와 국회는 오늘 이 승리의 기운을 이어 받아 동성부부의 존재와 권리를 인정하고, 법적 혼인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동성혼 법제화를 위해 기꺼이 나서야 한다.

원고 부부를 비롯하여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는 모든 성소수자에게 다시 한 번 무한한 축하와 연대를 건네며, 앞으로도 우리의 사랑과 연대가 이길 것임을 다시금 확인한다.

2024. 7. 18.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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