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아이다호를 마무리하며 – 우리가 모이면 그곳이 광장이다!

매년 성소수자 인권운동은 5월 17일 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을 기념하며 아이다호 공동행동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이는 정상성의 규범과 탄압에 맞서 저마다의 언어와 몸짓을 만들고 투쟁해온 성소수자 운동의 오랜 역사를 기념하는 동시에, 사회 변화를 위해 성소수자들이 평등과 인권을 요구해온 자리기도 하다. 그렇게 광장에 모인 퀴어 대중들은 행진하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려왔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직접적인 모임과 행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온라인 캠페인과 유튜브 광고, 지하철역 광고를 진행했다. 성소수자들의 항쟁을 기념하는 6월 프라이드의 달에 맞춰 마무리하기로 계획한 프로젝트는 8월 마지막 날 마무리를 선언하면서도 여전히 광고 훼손자에 대한 수색과 처벌을 기다리고 있다. 이는 올해 아이다호 캠페인이 진행부터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가를 보여준다.

아이다호 사업들 중에서도 무엇보다 역량이 투입된 프로젝트는 지하철역 광고 게시였다. 대중에게 가장 많이 노출될 수 있고, 그만큼 이슈가 되는 장점도 있지만, 직접적인 접촉과 대면 없이도 사회에 성소수자들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기획이었다. 성소수자 당사자가 참여하고 해당 장소를 찾아 위로를 얻고 힘을 내는 과정은 여느 집회와 행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광고는 설치부터 서울교통공사가 이유 없이 심의에서 떨어뜨리는 수난을 겪었다. 설치된 후에도 광고는 동성애가 싫다는 이유로 수차례 훼손당했다. 이는 광고 철거를 앞둔 며칠 전에도 훼손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광고는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성소수자는 당신 곁에 있습니다’ 라고 자신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는 중에도 우리는 언제 어떤 공격과 위협을 당할지 조마조마하며 긴장으로 일상을 보낸다. 성소수자가 공적 공간에 모습을 보이고 목소리 내는 것을 반대하고 강제적으로 지우는 상황은, 역설적이게도 그만큼 저들이 반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입증한다.

광고가 훼손되고 권리를 요구하는 성소수자의 목소리가 폄하되는 것에 대해 성소수자 당사자뿐 아니라 인권과 평등을 갈망하는 이들이 다같이 슬퍼하고 화를 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화를 낼지언정 위축되지 않았다. 거절하면 즉각적으로 집단항의를 진행하고 광고를 훼손하면 이들을 규탄하며 다시 만들고 우리의 이야기를 붙여나갔다. 광고판이 게시되는 기간동안 신촌역은 우리가 만들고 지키는데 나아가 여론이 주목하고 시민들이 찾는 스팟이 되었다. 매일 같이 많은 퀴어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참여하는 광고는 공적으로 기념되거나 기억되지 못했던 성소수자의 언어와 얼굴들이 공공장소를 점거하는 집단적 실천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십시일반 후원하며 자신의 얼굴을 모으고 메시지와 인증샷을 남기는 시간은 우리가 떨어져 있을지라도 언제라도 함께하고 있음을 체감케 했다. 그것은 우리가 특정 장소에 직접 찾아가 만나지 않더라도 어디든 우리의 열망이 모이는 그곳은 광장이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이는 지배적인 질서가 작동하는 공간으로부터 우리가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고 만남과 관계를 추구하면서 우리의 영토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키고 구축해나가는 퀴어 공간의 역사에 연결되어 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광고판의 얼굴은 기념비적인 모습보다는 많이 망가진 전장에 가까워 보인다. 수다한 이야기와 구호들이 붙었지만, 같은 기간 동안 우리의 목소리도 많이 떼어져 나갔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위협과 공격에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나타나 장소의 규범을 거스르고 일탈해온 퀴어들의 몸짓은 오랜 시간 가슴 속에 변화에 대한 갈망으로 확산되었다. 우리는 서로 만나 공동의 삶을 지지하며 사회 변화를 위한 평등과 인권을 요구하고 실천할 것이다. 직접적인 만남이 어려울지라도 우리는 어떻게든 서로 연결되었음을 확인하며 춤추고 노래할 것이다. 우리가 만나면 그곳이 광장이다.

2020. 8. 31
아이다호 공동행동 ×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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