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가구넷, 동성혼·파트너십 권리를 위한 성소수자 집단진정 진정취지문

​’성소수자 가족 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가구넷),
동성혼·파트너십 권리를 위한 성소수자 집단진정 진정취지문

1.
1056명. 국내는 물론 해외에 흩어져있다가 모아진 이 적지 않은 숫자는 366명의 설문 참가자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성소수자 가족 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올해 6월 한 달 동안 국내의 동성 파트너와 동거 중인 성소수자들을 대상으로 차별경험에 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가족’으로 살아왔고, 살고 있고, 살아 갈 사람들이 들려준 이야기에는 10년, 17년 함께한 아주 오래된 커플부터 1년차 기념일을 챙기는 풋풋한 신혼, 성별정정 전의 트랜스젠더와 그의 파트너도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따뜻함과 끈끈함도 담겨있지만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 불편함과 서러움도 가득합니다.

우리는 국가가, 제도가 동성 동거 커플의 배제를 전제로 계획되고 움직이는 걸 확인하며, 막연한 감정들이 짐작이 아니라, “동성혼 배제”라는 실체가 분명한 “차별”에서 비롯된 것임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2.
설문조사로 만난 동성 커플들의 차별경험은 각자 속한 시공간에 따라 다양하지만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삶의 안전망이 되는 주된 영역에서 동성혼 관계 불인정에 따른 근본적인 불안입니다.

-주거정책에서의 배제로 주거비용을 1인 명의로부담, 1인가구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아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의료영역에서의 배제 때문에 생사의 기로에 선 파트너를 위해 보호자가 될 수 없었습니다.
-사회 안전망인 보험제도에서의 배제는 직장가입자의 동거 중인 파트너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아 지역가입자로서 별도의 부담을 지도록 합니다.
-직장 내 ‘가족’ 위주의 복지제도 하에서 차별은 더 두드러집니다. 경조사/ 휴가 비용이나 가족수당은 남의 일이며, 연말정산 소득공제에서 불이익도 감수해야해야 합니다.
-파트너와 사별한 경우, 남겨진 파트너의 지위는 십수년 떨어져 지낸 혈연가족보다 후순위로 밀려나 장례를 치르거나 상속권을 주장하기 어려워집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거나 기르고자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임신 출산 입양 등의 가족구성권, 재생산권 행사에는 제약이 따릅니다.

1000명의 당사자들이 함께하는 이번 진정은 주요 영역에서의 동성혼 배제에 따른 차별에 문제제기 하고자 합니다.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에는 반대하나 동성혼은 시기상조라는 말의 모순, 즉 동성혼 배제가 곧 차별임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 입니다.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 상 차별에 해당함은 또 말해 뭐하겠습니까, 다양성이 존중받고 인권을 보장하는 사회로의 변화 시기를 앞당기는 역할을 해낼 것입니다.

3.
이미 21개국에서 동성혼이 법제화되었고 올해 5월 아시아 최초로 대만이 동성혼을 보장하는 법안이 통과 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도쿄시부야,세타카야 구를 포함한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동성파트너십등록제도를 시작했습니다.

​한국은 전세계 오이씨디 국가에서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 조차 동성커플을 승인하는 어떠한 제도도 두지 않는 몇개남지않은 국가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동성 커플의 혼인 신고 불수리에 대한 소송이 진행된바 있고, 외국에서 혼인 후 재입국하는 내국인 커플사례, 내국인과 외국인배우자의 관계나 주한외교관의 동성파트너의 인정 등 결단을 요구하는 다각적인 시도들이 있어왔습니다. 각 영역에서 삶의 불안으로 겪는 물리적 정서적 차별사례들은 “피해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말로 회피할 구실을 주지않습니다. 더 이상 판단을 유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번 진정사건으로 /동성혼 및 파트너십 관계를 사회제도에서 포섭해야 할 필요성을 국가 인권위원회가 직접 살펴보고 차별 인정 및 제도 개선을 권고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어서 국가와 사회가 성소수자를 위한 기본적인 안전망을 만들기 위한 중대한 결정을 서두를 것을 요구합니다.

​마지막으로 동성 커플 당사자 분들의 참여에 감사드리며, 성소수자를 가족으로 둔, 그들의 가족이 되고자 하는 분들, 그들을 지지하고자 하는 많은 분들, 다양한 가족구성권을 실천하고 살아가는 분들의 지지와 응원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리면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