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인권침해의 자유지대인가!
동성고등학교는 오병헌 학생에 대한 부당한 징계 시도를 즉각 철회하라!
오늘 우리는 인권침해의 성역으로 군림하고 있는 학교의 ‘특권’과 이를 묵인하는 오랜 ‘침묵의 카르텔’을 타파하고, 학생들의 정당한 인권보장 외침을 지지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지난 5월 8일, 오병헌 학생(동성고 3학년)은 학교의 부당하고 상습적인 인권침해를 고발하기 위해 탄압을 무릅쓰고 교문 앞 1인시위에 나섰다. 당시 오병헌 학생은 학교 측에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잘못된 현실을 바로 잡겠다는 신념 아래 용감하게 교내 인권침해 실상을 고발했다.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동성고에서는 7시에 시작되는 0교시 수업과 강제 보충․야간학습으로 인한 과중한 강제학습, 일부 교사들의 과도한 체벌․폭언과 이에 대한 묵인, 엄격한 두발규정과 강제단속, 교외 행사 참가 불허 등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이 보장하는 학생 인권을 짓밟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학교 측은 “빼앗긴 인권을 돌려달라”는 오병헌 학생의 용기있는 외침을 적극 수용하고 반성과 개선의 계기로 삼기는커녕, 문제된 사실을 축소․은폐하기에 급급했으며,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미봉책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그것도 모자라 지금 동성고는 반인권적 교칙을 앞세워 오병헌 학생을 징계하려 하고 있다.
학교 측에서 밝힌 오병헌 학생 징계 사유는 ‘두발규정 불이행, 이에 따른 징계 거부, 교사의 정당한 지도 불응,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과 허락받지 않은 내용 유포, 학생 선동과 질서 문란 등 모두 다섯 가지이다. 앞의 세 가지 사유는 정당하지 못한 현재의 두발규정과 이를 강제하는 교사 지도에 대한 불복종이 그 핵심이다.
오병헌 학생이 1인시위에서도 밝혔듯이, 두발‘규정’은 상위법인 헌법과 국내법의 효력을 갖는 UN아동권리협약이 보장한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규정인 만큼 그 자체로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한발 물러서서 국가인권위원회 결정(2005년 6월 27일자 학생 두발제한 관련 전원위원회 결정)에 따른다고 할지라도, 두발규정은 구성원들간의 ‘합의’에 의하여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 한해’ 합리적으로 제한해야 한다. 그러나 전국의 대다수 학교들이 두발제한의 불가피성을 증명할 만한 합당한 사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학교 구성원 가운데 자유를 제한당하는 당사자인 학생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절차를 생략한 채 두발제한 규정을 강제하고 있다. 동성고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지금의 동성고 두발규정은 무효나 다름없기에 학생은 정당성을 상실한 두발규정과 ‘정당한 지도’가 아닌 ‘반인권적 강요’에 불복종할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복종을 이유로 징계를 준다는 것은 위법행위에 다름없다.
또한 ‘허위 또는 허락받지 않은 사실 유포’와 ‘학생선동과 질서 문란’이라는 사유 역시 표현의 자유를 전면 부정하는 것으로 정당성이 없다. 학교측은 오병헌 학생이 1인시위 당시 비판한 ‘제식훈련’과 학생들의 참여를 호소하기 위해 돌린 전단지와 서명용지를 문제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동성고가 ‘허위사실’이라고 내세우는 ‘제식훈련’은 1인시위 당시 이 학교 학생부장에 의해 분명히 예고된 것이었고, 제식훈련과 다름없는 운동장 얼차려가 이 학교에서 있었음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문구 하나가 오해를 빚을 수 있다는 점만을 꼬투리 잡아 학생에게 허위사실 유포라는 죄를 덧씌우는 것은 교육자다운 태도가 아니다. 학교의 허락을 받아야만 학생이 자신의 뜻을 알릴 수 있고, 주위의 동참을 호소하는 일이 질서를 문란케 한다는 억지스러운 주장 역시 학교측의 인권의식이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학교의 잘못을 바로잡고 동료 학생들에게 자신의 뜻을 알리고 지지와 동참을 이끌어내는 일은 표현의 자유로서 보장받아야 할 올바른 ‘선전․선동’ 행위이며, 학교측이 말하는 질서 역시 인권침해에 잠자코 굴종하라는 ‘반인권의 질서’, ‘침묵의 질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동성고가 오병헌 학생이 행사한 표현의 자유를 징계 사유로 삼는다면, 인권에 대한 전면 도전이자 명백한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심지어 자신을 보호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기본적인 인권임에도 불구하고, 동성고의 징계절차는 ‘학생’이 징계위원회에 참석해 자신을 변론할 권리와 재심을 요구할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고 있다.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마저 갖추지 못한 지금의 징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이에 우리 인권단체들은 위헌적이고 반인권적인 교칙을 앞세워 오병헌 학생을 보복 징계하려는 동성고등학교를 강력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1. 동성고등학교는 오병헌 학생에 대한 부당한 징계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1. 동성고등학교가 징계사유로 제시하고 있는 반인권적이고 위헌적인 교칙들을 당장 폐지하고, 징계절차 개정에 나서라.
1. 오병헌 학생이 1인시위를 통해 개선을 요구했던 인권침해 행위들을 전면 중단하라.
1. 전국 시도교육청과 교육부는 학생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즉각 나서라.
2006년 7월 4일
광주인권운동센터, 교육공동체 나다, 국제민주연대, 나와우리, 다산인권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연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부산인권센터, 불교인권위원회, 새사회연대, 아이들살리기운동본부(준), 안산노동인권센터, 여성이반문화웹진 엘진, 울산인권운동연대, 인권교육을위한교사모임,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 전교조 서울지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쟁없는세상,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민주노동당청소년위원회, 발전하는학생회 가자, 인권운동사랑방, 전북청소년인권모임, 청소년다함께,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평화인권연대,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회,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흥사단교육운동본부,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이상 35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