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2019년 06월 08일 12시 58분
  • 활동 보고

    공지사항

    [회원 활동 후기] 운동 소모임 슬나볼 활동 후기

  •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 2019년 5월 18일 토요일 
    운동 소모임 ‘슬슬 나서 볼까(슬나볼)’ 서울 둘레길 걷기 후기
      
    3월부터 모여서 운동해온 운동 소모임 #슬나볼 에서
    지난 5월 18일 토요일 서울 둘레길(봉산,앵봉산 둘레길)을 함께 걸었습니다.
    경 명이 벨 슐라 승짱 커피 팡 일곱 명이 참가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남긴 슬나볼 회원님들의 활동 후기를 만나봅시다.
    (그림과 글 순서는 후기 도착순입니다)



    그린이 경님

     





    글쓴이 팡님

    어렸을 때 생각이 많이 났다. 학교가 집이랑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서 학교가 끝나면 집이 가까운 애들을 부러워하면서도 버스를 안타고 한참 걸어서 갔다. 책가방이 항상 묵직했는데 힘든 지도 모르고 언덕을 넘고 좁은 주택가를 지나고 북적북적한 큰 길을 지나면, 한적한 강이 나오고 다리를 건너고 가끔씩은 댐이랑 호숫가를 빙 둘러 다녔다. 심심할 때는 또 뒷동네에 올라가서 기웃거리고 저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궁금해하면서 계속 탐험했다. 길 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알고 싶어했던 것 같다. 걷는 게 지루해질 때쯤 탈 줄도 모르는 자전거랑 인라인 스케이트를 무작정 들고 나가서 혼자 그냥 그렇게 배웠다. 어쩌다보니 고등학교도, 유학시절도 강을 낀 도시에 살아서 힘들거나 쉬고 싶을 때, 집에 돌아가는 길은 항상 강가를 산책하고 생각하고 그랬다.

    서울에 올라오고 언젠가부터는 이유 없이 그냥 걷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됐다. 강가를 그리워할 틈도 없이 그냥 살아내는 것에 벅찼던 것 같다. 둘레길을 걷던 날도 며칠 동안 밤을 새고 난 다음이었다. 약간은 의무적으로 운동을 하러 간 거였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슬나볼이 아니었다면 한강다리를 걸어서 건널 일이 있었을까? 시속 60km의 세상에서 시속 4km의 속도로 바라보는 한강은 무척 색달랐다. 그렇게 세게 부는 바람을 오랫동안 맞은 건 처음이었다. 깃대에 매달린 깃발처럼 휘청거리면서, 내 머릿속도 소리 없는 아우성을 쳤다. 내일은 뭐하고, 다음 주까지는 뭐 마감해야 하고, 이런 저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어른이 되면 책가방을 머리에 짊어지고 다니나 보다 싶었다. 핸드폰밖에 안 들고 나갔는데 애기 때보다 어깨가 더 무거웠다.

    심란하던 마음이 공원으로 들어서니까 좀 풀렸다. 쉬면서 참외도 먹고 사진도 찍고 새도 보고 나란히 이야기하다 보니 점점 여유를 즐기고 싶어서 천천히 천천히 걸었다. 시간에 쫓기며 사는데 둘레길에서까지 빨리 걷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 참 좋은 날이었다. 푸른 나무들 사이로 좁다란 하늘. 적당히 눈부신 햇살들까지. 혼자 운동했으면 한 800미터 걷고 힘들어서 밥이나 먹으러 갔을 텐데 선생님(명이 회원님)과 회원님들 덕분에 8km나 걸었다.

    그리고 찌익찌익 우는 새가 직박구리라는 게, 튀김으로도 먹는 이렇게 향기가 좋은 꽃이 아카시아라는 게, 여여커플의 데이트와 동거에 대한 철없는 질문에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신 게, 나에겐 이야기들로 얹혀진 특별한 길로 추억이 만들어진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날은, ‘캐스트 어웨이’에서처럼 혼자 윌슨이랑 얘기하고 자기 세상을 꾸려 나가다가 1인용 카약을 타고 세상으로 탈출하던 중에 지나가던 큰 범선에 구조돼서 올라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함께라는 담요를 둘러쓴 듯 따뜻한 하루였다.
     


    글쓴이 슐라님

    5월 18일 토요일 슬슬나서볼까 회원들과 서울 둘레길을 걸었다. 7코스로 분류되는 곳인데 가양대교를 지나 월드컵경기장 쪽으로 와서 불광천에서 마무리 되는 코스다. 명이 쓰앵님의 인솔 하에 부담 없이 편한 마음으로 따라갔다. 승짱님, 경님, 커피님, 팡님, 벨님, 명이님과 함께 걸었다. 가양대교를 건너는데 바람이 잘 불어서 무지 시원했다. 기분이 좋았다. 출발역은 가양역이었고 지하철 2번을 갈아타야 했다.

    그런데 코스가 진행될 수록 집과 가까운 불광천 쪽으로 와서 가뿐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은평구민이다. 절반 쯤 걷다가 벤치에 쉬면서 참외와 오이를 나눠 먹었다. 맛있었다. 먹으면서 대리모에 대한 토론도 했고 일상 이야기도 나눴다. 과연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회원들다웠다. 내가 가져온 가방이 무겁지는 않은지 걱정해 주시는 마음이 따뜻했다. 더 함께 있고 싶었는데 코스가 끝났고 나는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다른 분들은 맛있는 식사를 함께했다. 사진으로 봤다. 모임이 진행될수록 더 건강하고 튼튼해지는 느낌, 추억이 쌓여가는 느낌이라 좋다. 다음 모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