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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03월 02일 04시 40분
  • 자립과 생존

    고민있어요?

    부모님이 제 성정체성을 알게 되신 이후 저를 계속해서 괴롭히는데 집을 나와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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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님이 제 성정체성을 알게 되신 이후 저를 계속해서 괴롭히는데 집을 나와야 할까요?
     
    부모님이 계속 당신을 비난하고 못 살게 굴더라도 아주 조금이나마 대화의 여지가 보인다면, 그리고 당신이 그 기회를 활용하여 부모님을 설득해 나가고자 한다면, 마음을 굳게 먹고 집에서 버텨볼 수도 있을 터입니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지내게 되면 부모님에게 당신을 이해시킬 기회가 더욱 줄어들 것 같아 걱정이라면 끈질기게 집에 머물며 더디게나마 부모님을 당신 편으로 끌어 당겨 보는 겁니다. 하지만 그게 당신이 감당 가능한 선을 넘은 비난과 괴롭힘이라면 가급적 집에서 몸을 빼내는 게 당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에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거의 정신적 학대나 다름없는 언어 폭력을 비롯하여 물리적인 폭행, 감금, 정신병원 강제 입원 시도 같은 괴롭힘이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상처입지 않고 버텨낼 재간이란 누구한테도 없을 터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이란 소중한 존재이지만 당신을 몰아붙이고 짓밟기 시작하면 도망쳐야 합니다. 일단 당신이 더 이상 몸과 마음에 손상을 입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먼저 부모님과의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홀로서기를 해 나가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만큼씩만 관계 회복에 공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집에 머물며 싸워 나가고자 결심하든 집을 나오고자 결심하든 당신을 도와줄 사회적 자원에는 무엇이 있는지 파악하여 그것을 잘 활용하기를 권합니다. 어떤 경우에나 무조건 혼자서 다 해내려고 하지 말고 최대한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도록 하세요. 당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는 지인이 있다면 그 사람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숨막히는 집안 분위기로부터 잠시나마 해방감을 느껴 보세요. 믿을만한 지인과의 소통은 집을 나와 자립하는 과정에서도 당신이 벌여갈 긴 싸움에 큰 힘이 되어 줄 겁니다. 만일 가까운 사람 중에 당신의 사정을 털어놓고 이해 받을 이가 없다면 한국레즈비언상담소와 같은 단체와 지속적으로 상담을 받으며 스스로를 지탱해 나가세요. 좋은 지인과 지지망이 있다 해도 상담을 병행하면 더 좋습니다. 자기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며 현실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는 데 필수적인 정보를 얻으며 도움 받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집에서 버티고자 하든 집을 나오고자 하든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할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일단은 부모님 집에서 살더라도 내가 필요할 때면 언제든 나갈 수 있다, 나가버리겠다는 자신감이 있다면 자립이 두려워 부모님의 폭력을 견뎌야 하는 상황만은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집을 나오겠다 결심을 한 상태라고 해서 무턱대고 뛰쳐 나오는 건 그리 현실적인 방법이 아닐 수 있음을 기억하세요. 물론 극심한 폭력이 발생하는 긴급한 상황이라 도망쳐 나와야만 살아남게 되는 상황이라면 맨발로라도 단연코 도망쳐 나와야 합니다. 뭐든지 일단 살고 봐야 하니까요. 하지만 고통스럽긴 하더라도 당장 위기 상황인 건 아니라면 때를 기다리는 승부사처럼 부모님 집에 머물며 자립 기반을 어느 정도 다진 다음 본격적인 자립에 나서는 게 현명한 길이기도 합니다. 저축이 조금이라도 되어 있는 상태, 그리고 잠자리와 일자리를 구할 능력이 있는 상태에서 집을 나오는 게 좋습니다.
     
    * 위기 상황 시 챙겨 나올 소지품이나 임시로 거주할 쉼터에 대해서는 “자립과 생존” 부분의 다른 항목 내용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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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님 원가족 혈연가족 자립 독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