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나, 트랜스젠더 레즈비언!” 기사(2005년 6월 7일자 제562호)의 왜곡보도에 유감을 표합니다.

<한겨레21> 2005년 6월 7일자(제562호) “나, 트랜스젠더 레즈비언!” 기사가 사실과 무관하게 한국 레즈비언 인권단체들에 심각한 명예훼손 및 타격을 입히고 있어 이를 바로잡고자 하오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신윤동욱 기자가 작성한 “나, 트랜스젠더 레즈비언!” 기사는 퀴어문화축제 참가 차 한국에 온 벨기에 입양인 김혜진씨를 인터뷰하면서 <한국 레즈비언조차 처음에 이해 못해>라는 중제를 달아, <그는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의 레즈비언 인권단체에 메일을 보냈다. 한국 레즈비언에 대한 정보를 묻는 메일이었다. 아주 짧은 답변이 왔다. ‘남성동성애자단체인 ‘친구사이’에 연락해봐라.’ 그는 정말 화가 났다. 그는 “그들은 내가 누구인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 나를 배제했다”며 “나를 레즈비언으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분명했다”고 돌이켰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로 인해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상담소가 ‘트랜스젠더 레즈비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배척한다는 비방을 여기 저기서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김혜진씨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적이 없기에, 무슨 연유로 이 같은 기사가 보도됐는지 확인 절차를 거쳤습니다.

사실확인을 해 본 결과 김혜진씨는 한국레즈비언상담소를 비롯한 한국의 어떤 레즈비언 단체에도 메일을 보낸 적이 없으며, 다만 레즈비언인권연구소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한국방문을 할 때 자신을 도와줄 한국인을 찾는다는 내용의 영문으로 된 게시물을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혜진씨는 자신이 MtoF(남->여) 트랜스젠더라고 밝혔지만, 게시물 어디에도 본인이 ‘레즈비언’임을 밝힌 바 없습니다. 레즈비언인권연구소 측은 김혜진씨가 한국에서 같은 트랜스젠더 여성을 찾는 것으로 판단하고, 짧은 영문으로 ‘친구사이’로 문의하시라는 답글을 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 이유는 ‘친구사이’가 MtoF 트랜스젠더들의 모임과 가장 잘 접촉이 닿는 단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겨레21>에서 보도한 내용-트랜스젠더 레즈비언인 김혜진씨가 한국 레즈비언 인권단체에 메일을 보냈다, 그들(한국 레즈비언 인권단체)은 김혜진씨가 누구인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 배제했다, 김혜진씨를 레즈비언으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분명했다-은 명백히 오보이자, 한국 레즈비언 인권단체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입니다. 이 기사가 보도된 이후 김혜진씨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측엔 트랜스젠더 레즈비언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비방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많은 MtoF, FtoM 트랜스젠더들의 상담요청을 받아왔고, 그 때마다 최선을 다해 상담 및 도움을 드려왔습니다. 상담소 회원 중에는 FtoM 트랜스젠더분도 계십니다. 상담소는 트랜스젠더 뿐 아니라 남성 동성애자, 동성애자 배우자 및 자녀를 둔 이성애자, 양성애자 등 다양한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열려있으며, 지금까지 수백 건의 상담을 진행해왔습니다.

상담은 정체성 고민에 관한 것부터 시작해 폭력 사건이나 아우팅 협박, 결혼과 파트너십 문제 등 다양한 내용으로 진행됐으며, 한 번도 내담자의 상담요청을 거절한 바 없이 그 때마다 최선의 방식으로 도움을 드려왔습니다. 가령, 트랜스젠더 여성이 성전환 수술과 관련해 문의를 해왔을 때엔 상담소의 정보 망을 활용해 관련 법적, 의학적 정보를 제공해드렸고, 트랜스젠더인 자녀를 둔 부모가 상담문의를 해왔을 때엔 자녀의 인권을 최대한 존중할 수 있도록 상담을 해드렸으며, 트랜스젠더 여성이 다른 트랜스젠더 여성과의 만남을 희망할 때엔, 상담소 내에 트랜스젠더 여성모임이 없기 때문에 트랜스젠더 여성들의 모임을 알고 있는 타 단체에 협조를 구했습니다.

언론인이라면 거의 대부분 알고 계시듯이, 한국에 레즈비언 인권단체는 몇 개 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단체들이 사회적인 편견 속에 싸워가면서 정부 지원은커녕 개별 후원도 받기 어려워 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어가면서도, 단체들 간 연대의 틀을 공고히 하면서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겨레21>이 한국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한 채 잠시 방문한 외국인 여성을 인터뷰하면서, 이처럼 한국의 인권단체에 대한 비방 성격을 띤 기사내용을 보도함으로 인해, 한국레즈비언상담소를 비롯해 레즈비언 인권단체들이 입은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지형을 잘 알고 있고, 따라서 이러한 기사가 보도됐을 때 전체 레즈비언 인권운동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는 <한겨레21>의 신윤동욱 기자가 사실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무책임한 보도를 한 것에 대해 한국 레즈비언 인권운동가들은 허탈해하고 있습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무엇보다 이 기사로 인해, 현재도 트랜스젠더 분들의 상담요청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담소와 내담자들 간에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가 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겨레21>과 신윤동욱 기자가 한국 레즈비언 인권단체들과 활동가들의 운동을 존중하고, 트랜스젠더들의 인권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이번 오보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정정 보도를 할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아울러 각 언론사와 기자분들께도 레즈비언 인권운동을 하는 단체들에 대해 최소한의 존중을 해주실 것과, 성소수자 이슈를 함부로 다루지 말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합니다.

2005. 6. 16.
한국레즈비언상담소 (구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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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02-703-3542 이메일: lsangdam@lsangdam.org 홈페이지: http://Lsangda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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