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은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커밍아웃을 한다면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요? 누구에게 먼저 하는 것이 나을까요? 커밍아웃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커밍아웃을 고민하고 계시는군요. 사실 커밍아웃을 할 지 말 지, 언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할 지에 대해 정해진 규칙은 존재하지 않는답니다. 동성애자 개인마다 상황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고, 경험이나 인간관계가 다르니까요.

다만 몇 가지 커밍아웃에 있어서 기본적인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커밍아웃은 일정 정도 마음의 준비를 거친 후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스스로 충분한 고민과 준비를 한 후에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죠. 마음의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커밍아웃을 했을 경우 예기치 못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자포자기하게 될 수도 있거든요.

커밍아웃할 때 어떤 말로 이야기를 시작할 것인지, 커밍아웃 이후 상대방이 보일 반응은 무엇일지, 앞으로 상대방과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또 어떻게 대응할 지 미리 생각해보기를 권하고 싶어요. 물론 타인의 마음이나 생각에 대해서 예측하기란 어렵지만, 어느 정도 머리 속으로 상황에 대해 밑그림을 그려보는 것이 좋답니다.

누구에게 커밍아웃을 할 것인가에 있어서는, 우선 자신이 커밍아웃을 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가 중요할 테고요, 왜 이 사람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싶은가를 생각해 보아야겠지요. 커밍아웃을 할 때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어요. 그리고 상대가 동성애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는 사람인지, 유독 동성애자를 싫어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 이해를 해줄만한 사람인지에 대해서도요.

많은 경우, 동성애자들이 커밍아웃을 하는 대상은 같은 동성애자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 친한 친구들, 직장 동료들, 가족 등이 있습니다. 특히 가족의 경우는 커밍아웃을 하는 것이 정말 어려우면서도, 정체성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 계속해서 가슴에 압박감과 죄책감을 갖게 만들지요. 가족들 간에 사생활이나 비밀이 없어야 하고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이 크기 때문일 거예요. 가족들의 기대치도 높고, 가족에게 생계의 일정 부분을 의존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하지만 가족들에게 커밍아웃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쁘고 부정직한 사람인 것은 아니랍니다. 가족들과 끈끈한 관계로 묶여있음으로 인해서, 생계를 의존하기 때문에, 오히려 커밍아웃이 어려운 경우도 많아요. 중요한 것은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길은 무엇인가라는 점이에요. 이 점을 곰곰히 생각한 후에, 커밍아웃을 하는 것이 좋겠어요. 상황에 따라서는 가족구성원 전부가 아닌 언니나 어머니, 동생 등 자신을 보다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커밍아웃할 수도 있겠지요.

만약 커밍아웃을 하고 나서 상대방이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해서 너무 좌절하지는 마세요. 우리 사회의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가 너무 강하다 보니, 상대방에게도 동성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과 올바른 정보가 필요하겠지요. 동성애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알아나가는 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니까요. 이 경우엔,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해주기 어렵더라도, 애정을 가지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요청해보세요.

커밍아웃은 한 번 이야기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이야기를 하거나, 때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차츰 자신을 알려나가는 것이 될 수도 있답니다. 스스로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하기까지의 과정들을 떠올려보세요. 커밍아웃도 자신과 타인과의 솔직한 관계맺기의 과정이고, 타인에게 동성애 정체성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시켜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잊지마세요. 그리고 커밍아웃을 하면 할수록 노하우가 쌓이게될 거예요.

또한 커밍아웃을 한 상대방에게 '나의 정체성에 대해 나의 동의 없이 다른 사람에게 전하지 말아달라'고 말하는 것이 좋겠어요. 동성애자가 받는 차별에 대해 별로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타인의 성정체성을 동의없이 전달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기 쉽죠. 혹은 악의적으로 소문을 퍼트릴 수도 있고요. 이런 경우, 아무런 대비도 없이 노골적인 차별과 폭력에 노출될 수도 있으니 주의를 당부하는 것이 좋겠어요.

커밍아웃을 하는 일은 사람에 따라선 무척이나 힘겨운 일이지요. 하지만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내고 긍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기에, 밀실 속에 숨어서 살 수만도 없는 일이지요. 실제로 커밍아웃 후에 많은 동성애자들이 감정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고,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자신감이 생기는 경험을 한답니다. 위험요소도 있지만, 그만큼 충분한 준비와 생각을 바탕으로 커밍아웃을 한다면, 후회하는 확률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커밍아웃을 지지해 줄 친구들을 만나고, 동성애자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같은 정체성의 친구들이나 동성애자 인권을 존중하는 주변인들이 있다면, 위험에 처하거나 상심했을 때에도 위로와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기쁜 일이 생겼을 때도 더 많이 나눌 수 있겠죠.

그럼, 자신만의 즐겁고 행복한 커밍아웃 이야기를 경험하고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