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상담후기] 찬영

집단상담후기
찬영

몇 번이나 글을 썼다가 지웠다가 합니다. 집단상담 후기를 쓰는 것은, 집단상담에 참여해서 내 얘기를 하려고 입을 떼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군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고, 내가 써놓은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이 잘 이해하고 공감해줄 수 있을지 불안하기도 하네요.

‘명랑하고 착한 사람’으로서의 이미지를 깨는 일이 두려웠어요. 줄곧 내 자신이 언젠가 미쳐버리고 말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그런 불안과 혼란을 치유하고자 적극적으로 나섰던 적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늘 웃는 얼굴로 있음으로써 나를 평안하고 후덕한 사람으로 보이게 하고 싶어 했었죠. 또 착하기만 한 사람으로 남는 편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덜 미움 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여겼어요. 나의 두려움들은 내 몸을 돌보지 않고 내 감정을 직시하지 않으면서, 나 스스로를 불행에 빠지게 한 채로 외면되어 왔습니다. 그런 시간이 지속되자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없게 되었고, 내게 분노가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감정에 무뎌지게 되었습니다.

집단상담은 바로 ‘지금 여기에서’ 내가 느끼고 있는 것들을 만나고자 하는 노력이었어요. 그 과정을 집단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집단원들이 함께 해주었습니다. 나 자신을 미워하게 했던 경험들에 대해 털어놓으면서 나는 이 순간에 울어버리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느꼈는데, 집단원들은 함께 울어주거나 위로해주는 것과 동시에, 나를 괴롭게 한 사람에 대해 화를 내주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대수롭지 않은 듯 넘어가주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런 반응들을 통해서 슬픔에 겨워 우는 것 말고도 다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회피해버리고자 했지만 이미 내 안에서 다른 감각과 생각들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도 인정할 수 있었지요.

나처럼 관계에 집착적이고 인간으로부터 쉽게 기뻐하거나 상처받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왔어요. 하지만 그렇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을 마냥 웃는 얼굴로 꾸며대느라고, 진심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에 가 닿을 줄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친한 사람들이 아주 많았지만, 정작 나와 친해지고자 하는 마음으로 내게 다가왔던 사람들이 ‘너한테는 벽이 있다’고 도로 멀어져간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차차 벽을 허물어가며 솔직한 나를 보여줄 테니 앞으로는 우리 친하게 지냅시다’ 하면서, 앞으로는 내가 먼저 손을 내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직 괴로울 때가 있고, 솔직하거나 당당하지 못할 때도 있어요. 여전히 내 감정이 무엇인지, 화를 내고 싶은 건지 아니면 웃어버리고 싶은 건지 알아채지 못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점차 나아지겠지요. 집단상담이 내 인생에 있어 전환점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하지만, 갑자기 확 꺾여서 제멋대로 나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천천히 방향을 바꾸어서 진솔한 나에게로, 소중한 다른 사람들에게로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훌륭하게 집단을 이끌어준 루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집단이 끝나는 마지막 회기 때 내게 꼭 필요한 ‘먹는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의지’를 선물해주고 위로를 아끼지 않아준 A, 힘든 얘기들을 많이 꺼내 주었고 나의 고민을 더욱 깊고 진지하게 해 주었으며 왠지 모르게 큰 힘이 되어주는 B, 진심을 다해서 잘 웃고 잘 울 줄 아는 그 모습이 참 아름답고 부러운 C, 다른 사람이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지지를 보내주는 D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또한 가장 힘들 때조차 내가 ‘웃을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 E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꼭 힘내서 드라이브의 약속을 지켜주길 기대합니다. 목요일에 한 회기의 집단을 하고 나면 그 여파는 다음 주 목요일까지 이어졌는데요, 그런 일상 속에서 기운 잃지 않고 꿋꿋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J와 EB에게 참 고맙습니다.

미래가 불행할 것이라는 식의 생각을 계속 해왔었던 내가 집단상담에 참여했듯이, 지금 자신을 아껴주지 못한 채 지쳐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이, 분명 그녀 안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힘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더욱 성장한 자신을 볼 수 있겠지요. 그렇게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