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부모 노릇을 제대로 못해서 아이가 동성애를 하고 이상해지는 것일까요?

제가 부모 노릇을 제대로 못해서 아이가 동성애를 하고 이상해지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자녀를 동성애자로 만드는 특정한 방식의 양육 같은 건 없습니다. 제대로 된 양육 환경에서는 동성애자가 자라지 않고 그릇된 양육 환경에서만 동성애자가 자란다거나 하는 것도 아닙니다. 애초에 좋은 환경과 나쁜 환경을 가르는 기준이라는 것부터가 애매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자녀를 사랑하고 돌봅니다. 방식이야 천차만별이겠지만 말입니다. 당신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게다가 동성애 자체가 기본적으로 이상하거나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비정상이 아닙니다. 인간이 타인에게 느끼는 다양한 방식의 이끌림 중 하나로서 그저 있는 그대로 존중 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므로 자녀에게 필시 악영향이 있었으리라고 볼 필요란 애당초 없는 것입니다. 당신이 무언가 잘못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 역시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사연과 계기를 통해 동성애자가 되어 갑니다. 저마다 다른 속도와 방식으로 탐색 과정을 거쳐 자기 자신한테 동성애자라는 이름을 붙여 주기에 이르지요. 당신의 자식에게도 본인이 동성의 상대에게 끌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순간에 대한 소중한 기억이 있을 거예요. 스스로 동성애자라 이름 붙이고 긍정하게 되기까지 녹록하지 않은 여정을 거쳐 왔을 터이고요. 마음을 최대한 활짝 열고 그 사연에 귀 기울여 보시지 않겠어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해 나가고는 있다 해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동성애자를 낙인 찍고 차별합니다. 그런 적대적인 환경을 헤쳐나가야 할 자식에게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주세요. 자기 존재와 자기 사랑을 고스란히 품어주는 부모가 있다면 자식은 무척 힘이 날 겁니다. 용감한 자식 곁에 용감하게 머무르며 동성애에 대한 사회의 혐오와 공포를 줄여나가는 데 힘을 보태 주세요. 고군분투할 당신의 얼굴을 떠올리며 상담소도 힘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