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살맛나는 페미니스트 공동체

작성자: 아카이브팀 처리
 
1. 자료 정보
 
자료명: 살맛나는 페미니스트 공동체
자료 형태: 영상, 비디오
촬영 일자: 1997/01/17~1997/01/19
제작/기획: 페미니스트 공동체 모임
구성/연출: 김기화
총 러닝타임: 24:49
소장: 한국레즈비언상담소
 
 
2. 자료 리뷰
 
이 비디오는 당시 <페미니스트 공동체 모임>이 주최한 페미니스트 공동체 캠프 중 일부를 녹화한 것이다. 캠프에 참가한 사람들의 발언들이 꽤 잘 녹음되어 있어서 당시 여성주의 진영의 화두와 방향성에 대해 가늠해볼 수 있는 귀한 자료이다.
 
이 비디오의 주제는 단연 ‘여성주의 공동체’이다. 97년 1월,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만난 여성들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야기했고,또 원했다. 그녀들은 ‘1대 1 남녀 관계의 결혼’이라는 제도권에 들어갈 수 없거나, 혹은 들어가길 거부하는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그 제도를 교란시킬 것을 원했다. 또한 한 명의 여성으로서, 그리고 페미니스트로서 공동체를 만들어나간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라는 문제의식 하에서 이 캠프에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삶의 배경을 통해 가지게 된 생각들을 공유했고, 다양한 토론방, 수다방에 참가했으며, 또한 제도적 억압과 권력관계를 탈피하는 염원을 담은 연극을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연출했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그리는 ‘여성주의 공동체’의 삶과 그 모습을 표현했다.
 
실제로 이 당시에는 다양한 형태의 여성 공동단체, 혹은 여성을 위한 공동체적 공간이 존재했다. ‘여성의 눈으로’라는 생각을 내세운 <또 하나의 문화>출판사가 일종의 지식공동체, 그리고 일정 측면에서는 경제공동단체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또한 여성전용카페였던 레스보스 역시 당시 여성이반, 레즈비언들의 교류와 사랑방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공동체적 공간이었다. 페미니스트 카페였던 고마 역시 이런 성격을 톡톡히 했다. 90년대 후반에는 이러한 공동체적 성격을 띤 모임과 장소에서 여성들이 모이고, 교류했다. 그리고 다양성을 지닌 ‘여성’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그 방향성을 진지하게 탐색해가기 시작했다. 여성동성애자인권모임인 <끼리끼리>의 회원이 이 페미니스트 캠프에 참가해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는 것은 당시 여성학계와 레즈비언진영간의 관계,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상(象)이 이전 시기와는 달라지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영상 속 사회자의 말처럼 공동체의 개념은 다양하며, 공동체를 바라보는 상 또한 다르다. 특히 공동체에 섹슈얼리티의 문제가 표출될 때, “공동체를 이루는 데 있어서 나는 레즈비언이고 상대방은 아닌데 어떤 스킨십을 ‘어머, 쟤가 나랑 동성애관계를 원하나봐.’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잖아요.”등의 말처럼, 역설적이게도 주체의 다양성에서 연유하는 공동체 만들기의 어려움이 발생한다. 그 어려움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어떻게 대안적인 공동체를 만들어나갈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 캠프에서는 답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양한 가치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협동 조합, 마을 공동체 등등 공동체라는 개념이 하나의 붐처럼, 들꽃처럼 퍼지고 있는 요즘 사회의 분위기를 반추해볼 때, 어쩌면 97년 이 당시부터 여성주의 활동가들이 지향했지만 그 구체적인 실체를 가지지 못했던 고민들이 근래에 구체적으로 표현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20여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여성들은, 레즈비언들은 공동체를 염원하고, 또한 바라고 있다. 마레연과 같은 LGBT를 위한 동네모임 뿐 아니라 경제공동체, 주거 공동체, 레즈비언 친화적 의료 공동체 등등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가 생겨나고 다양한 여성들이, 다양한 레즈비언들이 이 공동체를 피부로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