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사람들이 남자인 줄 알고 놀라거나 거북해 해요.

여자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사람들이 남자인 줄 알고 놀라거나 거북해 해요.
 
여자 화장실에서 당신을 마주쳤을 때 놀라거나 거북해 하는 여자 분들과 마찬가지로 당신도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일 터인데, 번번이 그런 상황을 겪다 보면 몹시 피로하리라 짐작이 됩니다. 이게 다 여성성과 남성성의 고정된 이분법 때문에 생겨나는 일이겠지요. 우리 사회는 이른바 정상적인 범주에 해당한다 여겨지는 종류의 성별 표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너무나 당연하게 의심스럽고 불편한 존재로 여겨버리니까요.

애초에 누가 무슨 스타일로 자신을 표현하건 있는 그대로 존중 받을 수 있는 사회라면 그런 불편한 상황도 훨씬 줄어들 겁니다. 화장실 자체가 성별에 따라 공간이 나뉘기보다 성별 표현 때문에 남의 눈치를 볼 필요도, 장애 때문에 접근하지 못하는 일도 없이 누구나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뀐다면 더욱 좋을 테고요. 하지만 그런 이상적인 변화가 당장 모든 공중 화장실에 찾아올 리는 없으니 일단 현재 상황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덜 위축될 방법을 찾아야 할 터입니다.

예를 들어 당신은 남성형 숏커트가 스스로 가장 마음에 들고 옷 입는 스타일도 전혀 여성스럽지 않은데 남들 놀라지 말라고 그걸 바꿀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나한테 편한 모습 그대로 생활하고 그 모습 그대로 공중 화장실을 이용해야지요. 화장실을 잘못 들어간 게 아닌 이상 당신 쪽에서 죄책감을 갖거나 움츠러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남자 아니야? 여자야 남자야 뭐야..” 이렇게 수군거리거나 대놓고 “여기 여자 화장실인데요” 라고 말하며 화내는 사람이 있다면 담담하고 당당하게 대꾸해 주세요. “네, 알아요.” 하고 말입니다. 질문을 던지셔도 좋습니다. “네, 그런데요?” 라고 말이지요. 여자라 여자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고 넘어가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당신에게 곧장 미안해 하는 사람이 있는 한편, 남들을 착각하게 하는 당신이 잘못이라는 식으로 계속 고약하게 공격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점잖게 넘기기도 하고 무섭게 화를 내기도 하면서 스스로를 지키세요. 그리고 떳떳이 화장실을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