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인권과 다양성 보장을 위한 반차별 선언

18대 총선 후보자들과 함께하는 ‘성소수자 반차별 선언’

우리 사회에는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고 ‘정상’의 범위에서 벗어난 사람들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고정 관념은 더욱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식은 ‘비정상’ ‘비윤리적’이라고 덧 씌어진 낙인으로 인해 존재자체를 드러내지 말도록 강요받고 있고 이 낙인은 언어적, 신체적 폭력 등의 ‘혐오 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2004년 실시되었던 ‘차별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의하면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차별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러한 차별은 단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사라지지 않는다. 구조화된 법제도와 관행을 제거하고 성소수자들에 대한 괴롭힘을 차별로 인식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성소수자는 스스로의 성정체성, 성별 정체성이 드러나는 순간 직장이나 학교 등 일상 공간에서부터 따돌림을 당하거나 차별과 혐오, 폭력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그러나 차별과 괴롭힘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부당한 차별을 호소할 수 있는 곳도, 구제받을 수 있는 그 어떤 법, 제도 장치도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권침해의 사각지대에서 모든 것을 혼자 감내해야만 한다. 17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이 잠시 논의된 바 있지만 아쉽게도 통과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이것도 일부 기독교단체의 동성애혐오증으로 인해 애초에 포함되었던 ‘성적지향’ 마저 삭제된 상태였다. 트랜스젠더/성전환자와 관련된 법조항은 아예 언급되어 있지도 않았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평등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예방하고 차별 및 인권침해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법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우리들은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을 우선에 두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보편적 인권을 추구하는 사회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사회 정치가 더 이상 정상성과 권위만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들을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이들을 위한 정책을 생산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는 감동과 연대의 정치가 실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겠다던 총선 출마의 의지를 다시 한 번 상기하며 18대 국회에서 성소수자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활동을 벌일 것을 선언한다.

하나. 우리는 정상성 이데올로기와 종교라는 이름아래 존재마저 부정당하고 있는 성소수자들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사회적 약자들에게 부당하게 이루어지는 차별을 법/제도를 통해 문제제기 할 수 있는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제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

둘. 우리는 많은 수의 트랜스젠더/성전환자들이 현재 호적상의 성별과는 다른 성별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성별은 변경되지 않아 노동권, 생존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이에 무자녀 요건, 과도한 외과적 수술 등의 조건을 강요하지 않는 성전환자 성별변경 및 개명 등에 관한 성전환자성별변경특별법이 반드시 제정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위험한 불법의료시술을 감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호르몬 투여와 성전환수술에 대해 의료보험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나아가 트랜스젠더/성전환자들에 대한 의료, 취업지원시스템이 출마하는 지역구에 설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셋.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나이가 어리고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인권과 인격을 가진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성정체성과 관련하여 많은 고민을 품지만 그 어려움을 덜지 못하고 오히려 성소수자가 존재하는 않는 것처럼, 때로 성소수자가 부정적인 것처럼 여겨지는 가정과 교육기관, 사회에서 살아가며 자살, 우울, 언어/신체폭력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성소수자가 아닌 학생들 역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되어 차별과 인권 침해에 무감각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상담, 지원체계를 지역구에 구축할 것이고 개인의 성정체성 및 성별 정체성이 존중받는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모든 청소년들이 성정체성 및 성별 정체성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이성애 중심적이고 생물학적 성별에 따른 성역할을 강요하는 교육 과정 내의 내용을 전면적으로 개정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넷. 한국사회는 이성애중심의 법률혼이나 혈연 중심의 가족만을 ‘정상가족’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런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공동체를 선택하거나 비혼을 선택한 이들을 끊임없이 배제하고 있다. 아울러 성소수자들이 가족을 구성할 권리 역시 애시당초 박탈한 상황이다. 공·사보험 내에서 파트너에 대한 수급권자 지정이 불가능하거나, 입양 및 양육권 보장의 미비함으로 인해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가족을 구성하고자 하는 욕구들을 철저히 통제한다. 한국사회는 성소수자의 가족구성권을 보장할 수 있는 어떠한 정책이나 법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고 있는 반면 현재 스페인, 네덜란드, 벨기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국가들은 이미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독일, 영국 등 많은 나라들은 성소수자 커플에 대한 일정한 제도적 지위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동성 커플 가족, 1인 가족, 공동체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선택하거나 현재 유지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성소수자의 가족구성권이 보장될 수 있는 정책 및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이다.

다섯. 최근 군대에서 발생한 끔찍한 성희롱, 성폭력 사건을 보면 군대는 개인의 사생활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의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프라이버시와 인권을 보호 받기는커녕 성소수자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지휘관과 동료 병사들에 의해 언어폭력, 성폭력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2006년 ‘병영 내 동성애자 관리 지침’을 내놓았지만 동성애자를 ‘관리’의 대상으로 삼고 있을 뿐 아니라 ‘이성애자 전환 지원’ 등 의학계와 심리학계가 강력하게 반대하는 방식을 지시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군형법 92조의 ‘계간(鷄姦)’ 조항은 동성애를 차별하고 비하하는 대표적인 조항이며, 군인사법 시행규칙 52조 ‘변태적 성벽자’ 조항은 동성애자를 차별적으로 현역 부적합 대상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차별법령 및 지침 개정은 물론 군 간부 및 사병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성소수자 인권 교육이 의무적으로 실시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할 것이다.

2008년 4월6일
18대 총선 후보 95명 공동 선언